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의 낙마로 검찰이 7월15일부터 사상 유례 없는 직무대행 체제에 들어갔습니다. 대검찰청과 각 고등검찰청의 기관장이 모두 공석인 채 차장이나 선임자가 조직을 이끄는 파행적 운영이 이뤄지고 있죠.
법무부·검찰 소속 기관 중 수장 자리가 빈 곳은 대검, 법무연수원, 서울·대전·대구·부산·광주고검, 서울중앙·동부지검, 인천지검 10곳입니다. 이들은 새 검찰총장 임명과 검사장급 이상 간부 인사를 통해 기관장이 정해질 때까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됩니다.
대검의 경우 6월 초 임채진 전 검찰총장 사퇴 이후 한달 넘게 직무대행을 맡아온 문성우 전 차장마저 물러나면서 한명관 기획조정부장이 직무대행을 넘겨받았습니다. 대검 직제상 총장, 차장 다음은 기조부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 부장은 사법연수원 15기인 반면 노환균 공안부장, 김진태 형사부장 등 다른 몇몇 참모는 연수원 14기입니다. 한 부장이 선배들을 이끄는 이상한 모양새가 됐습니다.
더욱이 지방 검사장 중에는 한 부장보다 두 기수 선배인 연수원 13기 출신이 많습니다. 차동민 수원지검장, 박한철 대구지검장, 박용석 부산지검장, 박영렬 광주지검장 등이 모두 13기죠. 이 때문에 한 부장 직무대행 체제 아래에서 ‘과연 검찰에 영(令)이 제대로 설까’라는 의문을 표시하는 이가 많습니다.
광주고검 사정은 더욱 딱합니다.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민유태 전주지검장이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된 뒤 공석이 된 전주지검장 자리를 채우기 위해 법무부는 광주고검 차장이던 이재원 검사장을 빼내 전주지검으로 보냈습니다. 이렇게 차장 자리가 공석인 상태에서 신상규 전 고검장마저 사퇴하고 말았습니다. 광주, 전남, 전북, 제주 4개 지역 검찰을 지휘하고 감독해야 할 고검 지휘부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셈이죠.
천 전 후보자가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서울중앙지검은 정병두 1차장이 직무대행을 맡았습니다. ‘재계 저승사자’ 이인규 전 검사장이 물러난 대검 중앙수사부는 홍만표 수사기획관이 임시로 이끌고 있죠. ‘사정의 중추’인 서울중앙지검과 대검 중수부가 나란히 조직 수장을 잃었으니 한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대형사건 수사는 어려워 보입니다.
검찰 내부에는 “세대교체라는 명분 아래 무리하게 단행한 발탁 인사가 파국을 불렀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너무 젊은 천 전 후보자를 총장에 기용하려 한 탓에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줄줄이 옷을 벗었습니다. 그런데 총장 후보자가 낙마해버리니까 이젠 그 공백을 메울 사람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겁니다.
일각에선 총장 후보자 지명 직후 연수원 선배와 동기들이 우르르 한꺼번에 퇴직하는 검찰 관행에 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예전과 달리 인사청문회 등 변수가 많아진 만큼 일부는 새 총장이 정식으로 취임할 때까지 잔류하며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검사들이 이렇게 하긴 앞으로도 어려울 겁니다. 새 총장이 정해졌는데도 안 나가는 선배나 동기가 있다면 주변으로부터 ‘행여 후보자가 낙마하면 자기가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음흉한 속셈을 가진 사람’이란 오해를 받기 십상일테니까요.
7월4일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비보’가 날아들었습니다. 제5회 한·일 검찰 친선축구대회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에 1무1패로 졌다는 소식입니다. ‘친선’을 위한 대회라도 한국과 일본이 맞붙는 경기에선 늘 ‘승부’에 집착하게 됩니다. 아무리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일본 선수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일 양국 친선 도모에 도움이 되도록 게임에 임해달라”고 부탁했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죠.
한일 검찰 축구대회는 두 나라의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가 확정된 이후인 1999년 만들어졌습니다. 그해 한국에서 치러진 1회 대회를 시작으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2년에 한 번 꼴로 대회를 진행해왔다고 합니다. 교과서 파문이나 ‘망언’ 논란으로 한일관계가 경색되면 건너뛰기도 하는 등 ‘격년 개최’ 원칙을 철저히 지키진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검사는 검사끼리, 수사관은 수사관끼리 맞붙는 규칙 때문에 매번 대회마다 두 경기씩 열립니다. 이번 5회 대회의 경우 검사팀은 한국과 일본이 1 대 1로 비기고, 수사관팀은 한국이 일본에 0 대 2로 졌습니다. 종합전적에서 일본이 1승1무로 승점 4점, 한국이 1무1패로 승점 1점을 각각 따내 일본의 승리로 마무리됐죠.
검찰에 따르면 다섯번의 대회를 거친 일본 검찰과의 역대 전적은 검사팀이 3승2무, 수사관팀은 2승1무2패라고 합니다. 수사관팀은 동률이지만 검사팀은 여전히 일본에 ‘무패’의 압도적 우위를 지키고 있죠. 솔직히 우리나라 검사들의 ‘악바리’ 근성은 알아줄만 합니다. 송광수 전 검찰총장도 퇴임 후 어느 강연에서 “검사들이 일본과 축구 시합만 붙으면 결코 지지 않으려는 의지가 아주 강하다”고 회상했죠.
역대 전적에서 한국 검사들에게 2무3패로 절대 열세인 일본 검사들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간부는 “일본에서 패인을 분석했는데 ‘한국 남자 검사들이 군복무를 해서 우리와 상대가 안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하긴, 일본은 매사가 그런 식입니다. 2006년 한국 야구대표팀이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연전연승을 거듭하며 선전하자 “한국은 세계 4강에 들면 군대를 면제해준다는 약속 때문에 선수들이 힘을 낸다”고 분석한 일본 언론이 아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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