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도자기에 미친' 문경의 젊은이들
전통 장작가마 명맥 이으며 한국도자기 미 구현
경북 문경에 요즘 ‘희망가’가 흘러나오고 있다. 1980년대 후반 탄광산업이 쇠퇴한 후 침체에 빠졌던 문경에 90년대 후반부터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 청년 도공들이 최근 자기 빛깔을 내면서 ‘도자기 고장’의 명성을 되살리고 있다.

이들이 옛 전통 가마 기법을 이용해 만든 도자기의 ‘한국적 미’를 감상하고 구입하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계속되면서 문경에는 새로운 희망이 영글어가고 있다.

문경 지역에는 현재 총 26곳의 가마가 있다. 이 가운데 30, 40대가 운영하는 가마는 16곳일 정도로 세대교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공의 평균 연령이 대부분 50, 60대인 다른 도요지에 비해 새바람이 불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대대로 가업을 잇는 사람도 있지만 오직 전통 도자기의 매력에 빠져 문경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은 이도 상당수다.

6년 전 경기 여주에서 문경으로 내려왔다는 도광요(陶光窯·문경읍 하리)의 김경선(44)씨는 “18살 때부터 도자기를 굽고 업체도 운영해봤지만 제대로 된 도자기 만들어보려고 자존심도 버리고 문경으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가스 가마로 도자기를 빚을 때 느낄 수 없었던 희열을 느낀다. 이제 문경은 내 고향 충남 홍성보다 더 고향같은 느껴진다”며 ‘문경 예찬론’을 폈다.

이들이 주목받는 것은 젊다는 점뿐만이 아니다. 한국적 미를 완성하려는 열정이 남달라서다. 이들의 열정은 가스연료를 쓰는 개량형 가마보다는 전통 장작 가마를 선호하는 데서 잘 알 수 있다.

상업성을 생각하면 가스 가마가 효율적이다. 가스 가마는 성공률이 90% 이상인 반면 장작불을 이용한 전통 가마는 도자기 위치에 따라 가열 온도가 달라서 성공률이 20∼30%에 불과하다. 이런 탓에 경기 여주와 이천 등 다른 도요지는 대부분 가스 가마로 바뀐 지 오래다.

그러나 이곳 청년 도공들은 대량 생산을 포기하는 대신 우리 전통 기법으로 만든 도자기 미를 완성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전통 가마 기법을 익히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관음리 포암요(布岩窯)에서 만난 이동규(35)씨는 “흙 배합과 가마에 장작을 넣는 시간 등 온 감각을 동원해 배워야 하기 때문에 한 가지 기술에 길게는 1년 이상이 걸렸다”면서 “기술이 단계적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한계에 맞닥뜨릴 때마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숱하게 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흙 반죽 준비부터 마지막 도자기를 꺼내는 전 과정 중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것은 바로 장작에 나무를 넣는 시기라고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1200도 이상 올라가는 불은 처음에는 붉은색을 띠다가 온도가 올라가면서 노란색, 하얀색, 푸른색으로 변한다. 장작은 불꽃이 태양같이 하얀빛을 띨 때 넣어야 한다. 이씨는 “가마에 불을 땔 때는 보통 이틀이 걸리는데 12시간 이상 가마에서 절대 떨어지면 안 된다. 자칫 긴장의 끈을 늦췄다가는 여지없이 실패작이 나오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노력 탓일까. 이 지역 도자기의 명성이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국내 뿐 아니라 일본에서까지 관광객이 찾아오고 방송 취재도 시작됐다. 문경읍 갈평리의 도공 김선식(38)씨는 도자기가 은은한 붉은 빛을 띠는 옛 기법을 완벽하게 재현해 2005년도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반응이다. 덥수룩한 머리카락를 되는 대로 묶고 진흙투성이의 허름한 개량한복 차림의 이동규씨는 “돈과 영리는 도공의 길이 아니다. 사람들은 ‘도자기에 미쳤다’고 하지만 도자기 속에서만 행복해 하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며 “세월과 씨름하면서 끊임없이 연구해 한국 전통 도자기의 극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도공의 길을 가겠다”고 말하며 백자처럼 소박하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이들이 문경 도자기 제작의 중추가 되면서 특히 달라진 게 있다. 과거에는 기술 유출을 꺼린 탓에 도공들은 폐쇄적으로 가마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젊은 피'답게 이들은 잦은 교류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작품에 대해 품평회 자리를 자주 갖는다.

이씨는 “같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끼리 서로 격려를 하는 게 많은 위안과 힘이 된다. 동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면 더 긴장되면서도 자긍심도 갖게 된다”고 밝혔다.

문경=장원주·유태영 기자 strum@segye.com

편집 세계일보 인터넷뉴스부 bodo@segye.com, 팀 블로그 http://ne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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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house | 2012/04/04 03:09 | DEL | REPLY

도자기! 난 항상이 기술을 배워 관심이 있었다.
김동진 | 2007/06/07 21:22 | DEL | REPLY

세계닷컴 친구들이 이 기사를 봤다며 내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더라. 인성아 넌 영상 쪽으로 타고난 놈인 것 같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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