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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에 대한 일단상(一斷想) [기자 단상]

'블러그에 쇼핑에 관한 글을 써볼까' 하고 물었더니 아내는 정색을 하고 말린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평소 몰려다니기식 쇼핑 행태에 목소리를 높이는 남편이 '사고성' 글을 올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다. 본의 아니게 어느 한 분이라도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다른 하나는 '한쇼핑' 한다는 분들이 지천인데 감히 쇼핑을 언급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었다. 옳은 걱정과 지적이었다.

 쇼핑은 항상 아내와 말다툼의 빌미가 됐다. 질 좋고 값 싼 그릇, 후라이팬, 이불, 침대커버 같은 걸 하나라도 건지려고 발품을 파는 아내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게 두번이 아니다. 어릴 적부터 내핍의 생활이 몸에 밴 탓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인 건 사지 않는다', '필요한 물건만 사고 충동구매는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온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500만원 하는데 미국에서 200만원 하니까 세금이니 운송비니 하는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250만원을 버는 것이라는 식의 쇼핑 논리에도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에선 100만원에도 좋은 물건-이른바 '000제'는 아니겠지만-을 살 수 있을텐데 150여만원을 과지출 해 놓고서 250만원을 벌었다니 이상한 셈법이다. 언 발에 오줌 누어 놓고서 발이 따뜻해져 좋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검소하게 살고,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덕목은 도덕 교과서와 시험 시간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믿고 있다. 소비가 미덕이라지만 그건 어디까지 경제 논리일 뿐이지 윤리나 행동규범이 될 수는 없다.
 자본주의 꽃을 피운 미국에서 만난 친구는 모두 소비의 미덕 보다 검소와 절약의 미덕으로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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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의 한 PTA 중고매장. PTA 중고매장에서는 옷과 신발, 책 등을 1,2달러의 싼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최근 오렌지카운티 커미셔너 민주당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매리 월프(45,여)는 PTA(미국 학교 학부모회) 중고매장에서 산 2달러짜리 스웨터와 고등학교 때 옷을 입는다. 아내 친구인 일본계 미국인 메구미(37,여)는 남편이 어릴 때 읽던 책과 쓰던 침대를 아이들에게 그대로 쓰게 하고 있다.
 나로서도 아이들에게 중고 축구화를 사 준거며, 국내에서 몰 승용차로 중고 승용차를 구입한 얘기며 이런 게 전혀 부끄럽지 않다. 내가 부끄럽지 않은데 남들이 꾸질꾸질하게 산다고 비웃을 걸 걱정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렇다고 아내 걱정처럼 쇼핑을 나쁘게만 보지는 않는다.
 해외 연수자 대개가 40대-내 나이를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는데, '무심결에 40대 중년'이라는 말이 손가락에서 튀어나와 순간 당황했다. 그래서 얼른 지웠다-이다. 결혼한지 10년이 다 넘고 20년 가까이 된 이들도 많다.
 결혼한지 10년 이상이고 40대라면 생활 주기로 봐서 살림살이를 한번 쯤 바꿀 때가 됐다. 해외연수라는 계기가 없었다면 손때 묻은 그 것들에 미련을 못버리고 아직껏 계륵으로 갖고 있었을 게 분명하다.
 그래서 해외에 나온 김에 꼭 필요하고 좋은 물건 싸게 사가는 걸 나무랄 일이 아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 '한쇼핑'하는 것도 탓할 일도 아니다. 여유 있는 사람들의 쇼핑 행태에 대한 비난에는 없는 자들의 시기와 질투와 배아픔의 감정이 없잖아 밑바닥에 깔려 있다. 정직하게 부를 축적해 풍요롭게 생활하는 건 건강한 자본주의에서 경제주체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지적한다면 정말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해외에서 소비하기 보다 국내에서 대접받으면서 소비하면 국내 경제에도 보탬이 되지 않겠느냐는 점이다. 국내에도 웬만한 유명 제품은 이미 다 들어가 있다. 1000만원짜리 가구를 큰 고민 없이 구입할 여력이 있다면 국내에서 몇 백만원 더 쓴다고 해서 살림이 궁핍해 지는 것도 아닐테고 말이다. 몇 달러 아끼려고 쿠폰 모으면서 가구에 거액을 척척 쓰는 모순보다 보기에도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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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캐롤라이나 하이포인트 지역에 있는 나뚜찌 매장. 나뚜찌는 한국 주부들에게 가장 인기 높은 이탈리아 소파 브랜드다. 
posted at 2008/07/02 10:48:00 댓글(0) l 트랙백(0) l 스크랩
저녁 후 또 저녁을 먹는다? [잡동사니]
 'She always cooked a big dinner at noon, including pies, cakes, or fruit puffs for a constant supply of dessert. After dishes were washed, she would clean the kitchen, wash and iron the family's clothes, and take care of the kids coming home from school, being they did their chores and completed their homework assignments. Then she had to prepare supper, including leftovers plus a few fresh-cooked items.'

(할머니는 언제나 정오가 되면 푸짐한 디너를 준비했다. 디저트로 계속 먹을 수 있게끔 파이, 케이크, 과일퍼프도 메뉴에 들어 있었다. 설겆이를 마치고서는 부엌을 쓸고 닦고, 가족들 옷을 빨고 다림질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을 돌봤다. 아이들이 각자 맡은 일거리와 숙제를 마치도록 하는 것도 할머니 몫이었다. 그런 다음 서퍼를 마련했다. 먹고 남은 음식에 몇 가지 음식을 새로 만들어 준비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어 리마커블 마더’ A Remarkable mother라는 책에서 외할머니 이다 니콜슨 고디의 삶을 묘사한 부분이다. 할머니가 살던 1800년대 중반 미국 남부의 평범한 주부들의 일상 그대로이다.

 책을 읽다가 평상시 궁금증이 되살아났다. ‘디너’와 ‘서퍼’의 차이다. 한낮에 ‘디너’를 준비해 먹고 저녁에 또 ‘서퍼’를 마련하다니...... 저녁식사를 두 번 한다는 얘기는 아닌 게 분명한데.....

 전에도 한번 궁금해서 아내를 가르키는 ESL 교사에게 물어 본 적 있다. 하지만 신통치 않은 답변이었다. 일반적으로 저녁식사를 ‘디너’라고 부르는데, 미국 서부에서 ‘디너’ 대신 ‘서퍼’라고 부른다는 것이었다. 카터 대통령의 책 내용을 설명해 주지도 못한다.
 우연찮게 오늘 랭귀지 파트너 프로그램에서 만난 미국인 할머니 리자 Lisa와 얘기하면서 미국 남부인 Southern의 삶 얘기가 나왔다. 플로리다 출신인 그녀는 79살로 카터 전 대통령의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 지역에서도 생활해 본 적 있다고 했다.

 리자 할머니 설명은 어릴 적 오전 8시쯤 아침을, ‘the middle of the day'  한낮에 ‘디너’를, 그리고 저녁에 ‘서퍼’를 먹었다고 한다. ‘디너’ 시간은 하루 중 가장 음식이 푸짐하게 나오는 시간이었다. ‘서퍼’는 카터 대통령의 외할머니처럼 디너로 먹고 남은 음식과 간단한 과자, 음료수 등으로 마련됐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남부 지역에서는 농사를 지어 왔는데 오전에 들에 나가 일하고 돌아와 음식을 먹고 다시 들에 나가 일했다는 게 리자 할머니의 설명이었다. 특히 요즘과 달리 냉장시설이나 패스트푸드 같은 게 없다보니 음식을 바로바로 요리해 먹어야 했는데, 오전 중에 준비해서 대낮에 먹었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뒤져 보니 어떤 설명에는 아침식사를 준비하면서 달궈놓은 스토브가 식기 전에 바로 음식을 요리해야 할 필요성 때문에 낮에 ‘디너’를 먹었다고 설명돼 있다.
 요리 시간과 음식 보관의 문제에서 기인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posted at 2008/07/02 10:50:00 댓글(0) l 트랙백(0) l 스크랩
눈 앞에서 본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취재 뒷얘기]

 84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았다. 걸음걸이는 힘이 있었다. 여유 있게 웃으면서 기자들과 인터뷰도 하고 수백권 책에 일일이 서명을 해 줬다. 머리카락이 새하

posted at 2008/07/02 10:51:00 댓글(0) l 트랙백(0) l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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