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왕이다/비버튼메모8 - 세계일보 블로그
 

'손님은 왕이다'. '고객이 오케이 할때까지'...

고국에서 귀에 익은 문구다. 소비자를 앞세운 경영전략을 반영한 것이다. 여기엔 무엇보다 구매자를 신뢰하겠다는 판매자의 약속이 담겨있다. 그렇다면 그 약속이 우리 생활에서 실제로 잘 지켜지고 있을까. 객관적 평가는 어렵다. 그러나 지난 석달여간 미국 생활을 경험해보니, 상대 비교는 가능할 것 같다. 한국은 적어도 미국보다는 철저하지 못하다는 것. 이곳에선 고객을 무턱대고 믿는게 업계의 풍토로 여겨진다. 몇가지 체험을 소개한다.


1. 쓰다가 고장난 물건을 새 것으로 교환하고 10달러까지 벌다.

두달여전 TARGET(체인 잡화점의 일종)에서 DVD를 샀다.

<비버튼 185가에 있는 TARGET 건물>

 

 세살도 안된 아들때문이다. '작업용' 노트북을 독차지해 '놀이용' 오락기와 비디오로 쓰는 아들의 관심을 돌려보겠다는 계산에서다. 돈을 쓰기만 하는 처지라, 싼 것을 찾게되고 미덥지 않은 '메이드 인 차이나'를 피할 수 없었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제품으로, 가격은 89달러99센트. 150∼200달러 안팎의 여타 DVD에 비해 반값에 불과했다. 아들은 제 것인줄 아는지라 한동안 DVD를 갖고 놀았다. 그러나 한달 반도 채 안돼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DVD가 고장난 것이다. 조심성 없는 꼬맹이 손에서 중국제가 버텨낼 재간이 없었을 것이다.

난감했다. 영어도 짧은데, 어떻게 수리센터에 맡기나. 차일피일 미루다, 현지인들의 조언이 떠올랐다. '물건살때 반드시 영수증을 챙기라'는 것. 영수증만 있으면 마음에 안 들거나 문제 있는 물건을 일정기간 언제든 바꿀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TARGET을 비롯해 FRED MEYER, COSTCO 등 미국 대부분의 체인형 잡화점엔 대략 90일간 교환 또는 반품·환불을 보장하는 제도가 있다.

그러나 아들의 DVD는 한달 이상 쓰다가 망가뜨린 것이어서, 사정이 달라 보였다. 그래도 DVD를 고치려면 산데로 가져가 문의하는게 빠르다 싶었다. 또 '혹시나 바꿔줄까'하는 기대감도 들어 TARGET을 찾았다.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숙지해서.

잡화점내 교환과 반품·환불을 담당하는 고객 서비스(Guest service) 창구에 가서 DVD를 영수증과 함께 내밀었다.


 

 

 

 

 

 

 직

     

 

창구 직원은 '무슨 문제냐'고 물었다. 'DVD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하자, 직원은 물건을 살펴 보지도 않은 채 영수증만 확인했다. 그러더니 '교환을 원하냐, 환불을 원하냐'고 했다. 고장 원인과 책임에 대한 '궁색한' 설명을 미처 할 틈도 주지 않고. 기쁘면서 '황당'했고, 괜히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서 환불 소리는 차마 못하고, 교환을 해달라고 했다. 직원은 군소리 하지 않고 89달러99센트 어치의 교환용 기프트 카드(gift card-매장에서 쓸 수 있는 일종의 현금카드, 우리네 백화점 상품권과 비슷)를 줬다.

기분 좋은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DVD 코너에서 같은 제품으로 새 물건을 받아 기프트 카드로 결제하니, 돈이 무려 10달러나 남았다. 한달 반새 문제의 DVD 값이 79달러99센트로 떨어진 덕택이었다.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고'인 셈이다.


2. 말 한마디에 37달러를 아끼다.

지난 11월27일 오리건주 비버튼 시내에 있는 현대차 대리점을 찾았다. 석달전 새 차를 살때 예약한 정기 검사를 위해서다.

<아들 준석이가 아빠차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차종은 최근 미국에서 호평받은 현대차 아제라(AZERA). 아래 사진은 앞모습>

 

대리점내 서비스 센터에 차를 맡기니, 직원은 엔진오일 교체 비용으로 일단 37달러가 들 것이라고 했다.

서비스 센터를 나오면서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 살때 기억이 어른거렸기 때문이다. 당시 대리점 딜러는 고맙다는 표시로 새 차의 기름과 엔진오일을 공짜로 넣어줬다. 그리곤 소비자 설문조사 용지를 주면서 한달뒤 응답을 보내줄 것을 수차 당부했다. 그 댓가로 첫 엔진오일 교체는 무료로 해주겠다는 언약과 함께. 석달 전 일이라 솔직히 딜러의 멘트가 가물가물했다. 게다가 우리말도 아니지 않는가.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찾으면서 서비스 센터 직원에게 당시 딜러의 얘기를 들려줬다. 직원 반응은 의외로 시원했다. '그러냐. 알았다'는 것. 딜러가 정말 그런 약속을 했는지, 설문 응답이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확인절차는 없었다. 결국 돈 한푼 안 들여 엔진오일을 교체하고 차량 점검을 받았다. 이날 비버튼엔 첫눈이 내렸다. 일년에 한, 두번 온다는 눈을 맞으니 색다른 느낌이었다.


3. 회원증 없이도 회원 대접을 받다.

최근 AAA(America Automatic Association-자동차와 여행에 관한 모든 것을 대행하는 업체)에 가입했다. 12월 초순 캘리포니아 탐방을 앞두고, 지도와 여행 가이드 북이 필요해서다. 트리플 A 회원(최소 혜택 회원 1년 가입비는 64달러)이 되면, 공짜 지도를 비롯해 각종 여행 관련 서비스와 할인 등을 받을 수 있다. 인터넷으로 AAA에 등록하면, 먼저 일주일내로 '임시 회원증'을, 그리곤 한달내로 정식 회원증을 받게된다. 이 회원증을 제시하면, 미국 전역에서 AAA와 관련한 업체로부터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회원 등록후 이틀만에 AAA의 비버튼 지점을 방문했다. 임시 회원증이 오지 않았으나, 여행지 도로에 대한 사전 숙지가 급해 그냥 빈손으로 찾아갔다. 회원임을 입증한 근거가 없는 탓에, '퇴짜'맞을 각오를 하면서.

AAA 사무실에서 안내 데스크 직원에게 '회원인데, 이틀전 등록해 증명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직원은 아무런 의심없이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친절하게 물었다. '캘리포니아주로 여행가려고 한다'고 했더니, 직원은 관련 지도 4장(펼치면 전지 반 만한 크기)과 여행 가이드 북 2권(1000쪽 이상 분량-아래사진) 내줬다.



한국 연수생의 눈에는 이런 미국 사회가 허술해보이기도 했다. 마음만 먹으면, 업계 풍토를 이용해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틈새가 열려있기 때문이다. DVD를 바꾸고 나서 우리 가족은 '이렇게 두달씩 교환해서 쓰다가 귀국전 환불해서 갈까'라는 농담을 주고 받았다. 그래도 가능하다는게 현지인들의 귀띔이다. 또 미국 업계의 종사자들이 '태만'한 것은 아닌가라는 느낌이 들었다. 일일이 확인하기 귀찮으니, 그냥 소비자 말대로 해준다는 식으로.

특히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 미국 은행의 온라인 서비스 시스템을 볼때는 위험하다는 생각도 했다. 우리의 경우 온라인 뱅킹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은행을 직접 방문해 서류를 작성해야하고, 매번 보안카드에다 보안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 은행은 이런게 없다. 거래하는 은행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등록하면 그 즉시 온라인 뱅킹이 가능하다. 우리 기준으론 해커 침입의 위험이 상존하는 셈이다. 그러나 여러 부작용이 있어 보임에도, 이곳에선 믿음에 대한 가치가 더 소중히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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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규 | 2006/12/08 04:13 | DEL | REPLY

짐쌀 때 된 것 같은데...봄 날은 가네~
이해가 안되네 | 2006/12/07 15:38 | DEL | REPLY

경제 재제니 봉쇄니 뭐니하는것을보면 오싹할정도록 살벌할 정도로 철저하든데 위에말하는거 팔아먹기 위한 함정이겠지 너 딱걸렷어!꼼짝마!하는씩으로
윤경 | 2006/12/05 10:08 | DEL | REPLY

ㅎㅎㅎ 오늘 부스에서 선배의 3800cc 차 얘기가 화제였네요 ^^ 선배 잘 지내시죠? 애기가 참 많이 컸네요 ^^ 웅 블로그를 보니 선배가 그립고, 여유(?)로운 해외 생활도 그립습니다. 선배 근데 대선 치르셔야죠! 히히
wonbosy | 2006/12/05 09:25 | DEL | REPLY

그나저나 미국이란 나라...정말 대단하군요. 우리나라 같으면 어떻게든 고객의 관리 부주의 유무를 찾는데 혈안이 될텐데...근데 고가의 노트북이 망가졌을 때도 그렇게 반응할까요?
wonbosy | 2006/12/05 09:20 | DEL | REPLY

다들 적잖게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과연 귀국 후 어떻게 저걸 감당해내실지를 두고...하긴 한국으로 오신 뒤에 중고차로 내놔도 새 그랜저를 뽑으실 수도 있겠네요. 암튼 3800cc의 안락함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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