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국부다 - 세계일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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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사는 나라를 보면 몇 가지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 국방력 강화에 대한 집착과 뛰어난 인재 육성 시스템이다. 이 두 가지는 통치자나 지도자가 바뀌더라도 좀처럼 칼을 대지 않는다는 것 또한 특징이다. 국방력은 첨단화를 꾀하면서 정예화를 추진하고, 인재 육성 시스템은 내부에서 끌어주고 밀어주는 관계가 유지되도록 보호한다는 게 다른 점이다.
 이 중에서 기자가 오늘 말하고 싶은 것은 인재 육성 시스템이다. 세계일보가 2월부터 창간기념으로 ‘사람이 국부다-세계는 인재전쟁’ 시리즈를 내보내면서 선진국 사례를 눈여겨보고 있다. 어떤 나라가 인재를 잘 길러내고, 어떤 나라가 자멸의 길을 걷고 있는지 해외특파원들과 취재기자들이 각국의 제도와 실태를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다.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여러 나라의 인재 관련 정책을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자급자족형(이스라엘·독일), 해외유치형(미국·싱가포르), 혼합형(중국·인도), 인재유출형(일본·스페인)이다. 이스라엘은 독특하고 뛰어난 엘리트 양성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자국 출신 인재들을 어릴 때부터 잘 훈련해 국가의 기둥이 되도록 길러낸다. 부자나라 미국은 해외 각국의 인재들에게 유학의 문호를 열어놓은 뒤 이들이 박사가 되면 눌러앉도록 유도한다. 야심 있는 중국은 인재를 해외로 많이 내보내고, 귀국하도록 유인한다. 외국 인재들에게도 선물 보따리를 주어 끌어들이고 있다. 선진 기술을 흡수하기 위함이다. 한때 잘나가던 일본은 노벨상 수상자가 정년퇴직을 앞두고 제자들과 함께 해외로 탈출할 정도로 엉망이다. 오늘날 일본의 몰락이 여기서 감지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돈 보따리를 싸서 해외로 많이 내보낸다. 그런데 돌아오도록 하는 유인 장치가 없다. 부실하기 짝이 없는 미끼에 인재들이 고개를 외로 돌리고 있다. 보수와 연구환경, 자녀 교육, 진입장벽이 입국을 꺼리게 하는 요소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가 한때  인재들이 외국에서 떠돌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세 번째와 네 번째도 귀국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데 주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이런 것을 보면 우리의 인재정책은 인재방출형에 가깝다.
 이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대통령이 바뀌더니 과학정책을 다루는 과학기술부를 없애버렸다. 그 기능이 여기저기 흩어졌다. 그런 뒤 끊임없이 카이스트(KAIST)가 흔들리도록 내버려두고 있다. 노벨상수상자 등 천재들이 몰려 있는 이스라엘 테크니온(Technion)대학에 가면 그들이 카이스트의 동향을 묻는다. 나름 한국에 있는 경쟁상대를 의식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실상을 들으면 실소를 금치 못할 것이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과학기술 핵심인재 10만 양병을 주장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미래 유망산업 분야의 인재 수급을 조사해 핵심인재 수요를 예측한 것이다. 정보통신, 로봇기술, 신소재나노, 바이오의약 등 9개 유망 산업 분야를 조사했다. 2020년까지 약 9만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보통신 분야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인적자원 경쟁력의 격차가 커 향후 우리의 산업 경쟁력이 심각하게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 경쟁력은 그나마 버틸 여력이 있지만 인적 경쟁력은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삼성이 굳이 임진왜란을 연상케 하는 ‘10만양병설’을 제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등 23개 과학기술단체들이 국회의원 60명을 배출하자면서 인터넷상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연구실에서 코를 박고 있어야 할 전문가들이 왜 이런 일에 나서는지 정치인들은 알아봐야 한다. 화살처럼 빨리 날아가는 신기술 경쟁 세계에서 현재의 정책으로는 안되겠다는 위기의식이 그들을 실험실 밖으로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할일이 얼마나 많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