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가르치지 말아야 할 것 - 세계일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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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을 옮겨 적는 것도 출처를 밝히지 않으면 표절이다. 표절이 드러나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 인용하더라도 너의 문장으로 소화해서 쓰도록 하라.”
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연수받을 때 작문강사가 누누이 강조한 말이다. 아직도 귀에 윙윙거린다. 그는 한국 등 아시아 출신들에게 유난히 주의를 환기시켰다. 한국적 토양에 젖어 있던 기자는 반신반의했다.

반칙에 대해 미국이 얼마나 냉혹한지 뒤늦게 깨달았다. 2005년 워싱턴 특파원으로 부임했을 때였다. 황우석 논문조작이 폭로되자 공저자였던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박사는 뒤도 보지 않고 돌아섰다. 자신의 이름을 논문에서 제일 먼저 뺐다. 2년 뒤에는 동국대 교수로 임용된 신정아의 가짜 예일대 박사학위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의 도덕성 수준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계기가 됐다.
2010년 대전의 고교생 16명이 지적장애 여중생을 한 달간 집단 성폭행했다. 학교는 이 중 한 명을 반장으로 임명했다. 학생은 봉사활동과 관련해 교내외에서 8개의 표창도 받았다. 법원으로부터 소년보호 처분을 받았지만 학교장은 모른 체했다. 담임교사는 추천서를 써주었다. 성균관대는 그를 리더십 전형으로 선발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뒤늦게 학교폭력 기록을 학생기록부에 남기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경기도 6곳, 전북 16곳 등 22개 고교가 거부했다.

경쟁의 원칙과 반칙의 대가를 가르쳐야 할 학교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부모는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치려 했는지 궁금하다.

룰 위반은 필부만 저지르는 게 아니다. 사회지도층도 뛰어든다. 현직 총리의 조카며느리가 과테말라 국적을 취득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켰다. 6선 의원을 지낸 전 국회의원의 딸과 두산그룹 전 회장의 아들 부부도 가짜 국적을 이용해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켰다고 한다.

엉터리 검증 시스템과 그 허점을 노리는 교육열에 국제사회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입만 열면 한국 맘의 교육열에 찬사를 보내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경악할 일이다.

얼마 전 미셸 오바마 여사의 육아 원칙이 알려졌다. 딸 말리아(14)와 사샤(11)가 따라야 하는 것이었다. 반드시 학교 갈 것!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던 날(6일) 연설 모두에 이렇게 말했다. “말리아, 사샤. 자랑스럽구나. 하지만 딴생각은 말아라. 너희는 내일 등교해야 한단다!” 두 딸은 자정 가까운 시간까지 전당대회장(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 참석했다가 밤사이에 520km를 날아 워싱턴으로 되돌아갔다. 다음날 아침 7시 등교시간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대통령 딸이라고 해서 특혜는 없다. 다른 학생과 똑같은 출발선상에서 경쟁시키는 것. 이게 미국 교육이다.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주고, 지키도록 가르친다. 이런 가운데 세계 1위의 경쟁력이 키워지고 그에 걸맞은 실적이 나온다.

지난 7월 미 대학스포츠협회(NCAA)는 명문 펜실베이니아주립대를 4년간 포스트시즌 풋볼게임에 출장하지 못하도록 했다. 688억원의 벌금도 때렸다. 이 대학의 전설적인 풋볼감독이었던 조 패터노(작고)는 자기 밑에 있던 코치 제리 샌더스키가 어린 소년 10명을 성폭행한 것을 알고도 덮었다. 학교 명성에 먹칠할까 두려웠다고 한다. 자신이 저지른 것도 아닌, 아랫사람의 잘못을 묵인한 죗값은 혹독했다. NCAA는 그의 1998∼2011년 승리기록(111회)을 무효 처리하고 공식기록에서 삭제했다. 이로 인해 46년간 감독으로 재직하면서 미식축구 1부리그 역대 최다승(409승)을 올렸던 그의 신화는 물거품이 됐다. 캠퍼스에 자랑스럽게 서 있던 그의 동상도 철거됐다. 감독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대가로 그는 승리기록과 함께 명예를 한순간에 잃었다.

게임의 룰을 세우고 이를 따르도록 하는 것, 의무와 책임을 가르치는 과정이 교육이다. 이게 미국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다. 우리 사회는 학부모가, 교육계가 앞장서 반칙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 아직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