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김대사에게 바란다 - 세계일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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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김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가 한·미 외교무대 전면에 등장한 것은 2006년 9월이었다. 당시 그는 갓 임명된 국무부 한국과장이었다.

(성김. 한국계 미국 외교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주한미대사로 부임한다.한때 캄보디아대사설이

나돌다가 미 정치권에서 주한대사로 갈 인사가 마땅치 않아 지명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과장은 한국뿐만 아니라 북한 문제도 깊숙이 관여하는 자리이다. 그가 한국과장으로 발탁되는 시점에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다. 
‘(북한이) 달러를 위조했다는 증거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미국을 비난했던 노 대통령은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의 총책임자이던 헨리 폴슨 재무장관을 만났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BDA 조사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고 “왜 그리 늦느냐, 한국 검찰에 맡기면 금방해줄 텐데”라면서 조속한 수사 종결에 대한 희망을 피력했다. 북한은 미 재무부의 BDA 거래 규제로 외화가 묶여 쩔쩔매고 있었다. 북한은 요로에 BDA 제재의 해제를 호소했다. 6자회담 재개에 목말라했던 노 대통령은 본인이 의식했든 하지 않았든 북한 편을 든 셈이 됐다. 이러한 비화는 주미대사이던 이태식씨가 언론 간담회에서 언급하면서 밝혀졌다.

이 대사의 간담회 직후 워싱턴 특파원들은 성 김 과장을 만나러 갔다. 사전에 약속이 돼 있었다. 기자들은 내셔널프레스센터에 앉자마자 질문을 던졌다.

“한국 대통령이 BDA 수사 조기종결을 요청했다는데, 그럴 생각이 있는가.”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그런 요청을 듣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럴 생각도 없다는 것이었다. 확인을 거듭하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답은 똑같았다. 성 김 과장은 한국 언론과 만난 뒤 뉴욕 유엔본부에 파견돼 있던 북한 외교관들을 만나러 곧 자리를 떴다.

이태식 대사의 말과 성 김 과장의 반응이 극과 극이어서 한국 언론들이 대서특필했다. 국무부 과장의 부인발언 한마디에 한국 대통령이 망신외교를 한 셈이 됐다.

이 사건을 알고 있는 인사들은 성 김에 대한 기억이 유쾌하지 않다. 그가 노 대통령의 요청을 듣지도 못했다고 했는데 정황을 따져보면 맥락이 닿지 않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폴슨 장관을 만나고(목요일) 특파원들이 성 김을 만난 것은 한참 뒤(월요일)이다. 국무부 한국과장이 당시 최대 현안인 노 대통령의 방미 스케줄과 핵심 인사 면담을 챙기지 않았을 리 없다. 더군다나 그는 북한 외교관들을 만날 약속까지 해놓은 상태여서 한국 대통령의 BDA 관련 요청과 미국의 입장 조율이 최대 현안이었다. 이후 청와대가 해명자료를 내고 이태식 대사가 발언을 수정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됐다.

그런데 그 이후 기자는 더욱 착잡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워싱턴 내셔널프레스센터에 파견됐던 국무부 직원의 말 때문이었다. 이 직원은 한국 언론에서 누가 제일 먼저 성 김 발언을 보도했는지 물었다. 국무부가 성 김 발언을 실명으로 보도한 언론을 캐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성 김과의 만남은 백그라운드 브리핑 조건이었다. 보도는 하되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이태식 대사의 발언과 상충되다 보니 일부 언론에서 실명으로 보도했다. 이에 성 김 과장이 분개한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고 나서 나온 조치는 더 가관이었다. 향후 한국 언론에 대해서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중단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으로 한국기자단은 성 김과 심정적으로 멀어졌다.

지금 한국 언론은 첫 한국계 미국 대사가 부임하는 데 대해 흥분하고 있다. 지난주 그의 미 상원인준 청문회는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성 김은 전직 중앙정보부 요원의 아들이다. 그 요원은 야당 정치인 김대중을 일본에서 납치하는 일에 개입했다가 도널드 그레그 CIA 한국·일본 책임자에게 정보를 제공한 뒤 가족을 데리고 미국으로 망명했다. 성 김은 시민권을 받을 때 ‘외국의 국가 시민으로서의 충성을 전적으로 부인하고, 미 합중국 법이 요구할 때 국방의무를 수행할 것이며…’라며 오른손을 들고 선서한 사람이다.

한국 외교가에서는 성 김 대사의 부임이 한국에 이롭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외교부에서 한·미 관계 조율에 깊숙이 관여했던 인사들이 이런 걱정을 하고 있다.

한국계 출신 대사이기에 그가 오히려 본국을 의식해야 하는 짐이 있다. 그 때문에 한·미 관계가 출렁이는 돌출변수가 발생하지 않을지 우려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신임 주한대사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