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반키아 - 세계일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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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복합은행 ‘반키아’. 2010년 말 7개 지역 저축은행을 통합해 발족했다. 정부 개입으로 4개월 만에 통합이 이뤄져 ‘상온 핵융합’으로 비유됐다. 기적과 같은 성과로 여겨졌다는 의미다. 고객 1200만여명으로 가장 큰 주택담보대출 은행이 됐다. 은행 구조조정의 모범으로 간주됐다. 이 모범 은행이 세계를 겁주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 9일 반키아를 구제하기 위해 45억유로(약 6조원)를 투입했다. 그제는 190억유로(약 28조원)를 더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스페인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은행 구제금융이다.

은행(bank)이라는 이름은 녹색천으로 덮인 벤치(bench)에서 유래됐다. 근대적 의미의 은행은 중세와 르네상스 초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됐다. 피렌체와 베네치아, 제노바 등 중북부의 부유한 도시가 시발점이다. 1397년 조반니 메디치가 세운 메디치 은행이 가장 유명하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은행은 이탈리아 시에나에 있는 반카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다. 1472년에 문을 열었다. 무디스가 지난 14일 이탈리아 은행 26곳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때 포함돼 비운에 처했다. 신용 추락은 은행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예금을 주로 취급하는 은행인 저축은행은 유럽에서 18∼19세기에 시작됐다. 지역주민을 상대로 저축과 결제 등을 취급하는 게 주업무였다. 프랑스 동북부 브뤼마트에서 1765년 시작됐다는 주장이 있으나 1697년 영국에서 고안됐다는 기록이 있다. 유럽에서는 종주국 다툼이 치열하다. 국내에선 1929년 일제의 식산은행에서 분리된 조선저축은행(이후 제일은행→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있다. 요즘 난리를 치는 제2금융권의 상호저축은행과는 급이 다르다.

스페인 은행의 위기는 부동산 때문이다.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서 은행에서 자금이 빠져 나갔다. 자금유출을 겪던 반키아의 불안감은 다른 은행으로 확산됐다. 미국 리먼브러더스에서 촉발된 2008년 금융위기와 비슷한 양상이다. 당시 부동산 침체, 주택담보 부실화, 대형은행 신용 붕괴 순으로 진행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는 지구촌을 난파선 신세로 몰아넣었다. 이번 스페인에선 다를 것인가.

한용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