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 조짐에 지혜로운 대응을(사설) - 세계일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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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유로 사용 17개국)이 휘청거린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선 지난 주말부터 수십만명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오늘로 1주년을 맞는 ‘점령 마드리드’ 시위를 앞두고 예열을 달군 것이다. 정부 긴축정책에 불만을 품은 시민들이 동조하면서 시위 규모가 커지고 있다. 총선을 치른 지 열흘이 다 돼가는 그리스는 아직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못했다. 역시 긴축정책 찬반 논란이 화근이다.

유로존의 위기는 재정의 위기다. 복지 포퓰리즘의 위기다. 각 정부의 곳간에 난 불을 끄려면 자구 노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국제적 공감대다. 곳곳에서 갈등과 마찰을 빚는데도 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긴축정책이 폭넓게 추진되는 이유다. 스페인, 그리스 등지의 반발 기류가 너그럽게 수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난해 그리스에 긴급 유동성 공급조치를 취했던 유럽중앙은행(ECB)은 극약처방을 공개 거론했다. 뤽 콘 벨기에 중앙은행장은 “유로존 회원국이 더 이상 회원으로 남는 데 관심이 없다면 탈퇴를 허용해야 한다”며 그리스와 유로존의 결별을 시사했다. 그리스의 탈퇴,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이 가시화되면 지구촌 경제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혹독한 환경에 다시 내몰리게 된다.

유로존을 떠받치는 지주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긴축정책에 발목이 잡혔다. 그가 이끄는 집권기독민주당(CDU)은 그제 독일 최대 인구 주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지방선거에서 전후 최악의 참패를 했다. 유권자들이 긴축정책과 퍼주기식 그리스 지원에 등을 돌린 것이다.

유로존 국민은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정치권에 불신을 보낸다. 위기 극복의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복지의 꿀맛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재정 형편을 돌아보지 않는 선심정책이 개별 국가만이 아니라 유로존에 먹구름을 몰고 왔다.

강 건너 불이 아니다. 해외 경제 위기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을 강타하게 돼 있다.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하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경쟁적으로 산타클로스 흉내를 내는 정치권의 경각심도 요구된다. 현재와 미래의 재정과 국가적 투자 우선순위를 감안하지 않는 복지공약 경쟁이 장차 어떤 대한민국을 빚어낼지, 유로존 사정을 넘겨보면서 자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