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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만든 예루살렘의 관광지도를 보면 사해 인근 사막 한가운데 있는 마사다라는 산봉우리(410m)를 눈에 띄게 안내해놓았다. 이곳은 서기 70년쯤 로마군이 예루살렘을 침략해 불바다로 만들자 유대인 960명이 살육을 피해 올라가 버티던 곳이다. 이들은 돌과 흙을 쌓아가며 접근하는 로마군을 향해 돌덩이를 던지고 뜨거운 물을 끼얹으면서 항전했다. 고전하던 로마군이 예루살렘에서 끌고 간 이스라엘 포로들을 경사로 작업에 투입했다. 그러자 이들은 동족에게 돌을 던지는 것을 포기했다. 이들은 예전처럼 끌려가 능욕을 당하느니 명예를 지키자고 맹세했다. 이튿날 요새를 함락한 로마군은 전원이 나란히 누워 자결한 피비린내 나는 현장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유대인들은 이곳을 약자의 고통을 일깨워주는 역사 교육장으로 쓰고 있다.
예루살렘 올드시티(구시가지)에 가면 거대한 돌벽 앞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광경을 볼 수 있다. 머리를 앞뒤로 흔들며 우는 사람들이다. 이 벽은 기원전 20년경 성전을 지을 때 축조됐는데 로마의 침략을 받은 뒤 겨우 남은 곳이다. 당시 로마 장군은 커다란 성전을 부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이 벽만 남겨놓았다고 한다. 이 벽 앞에서 통곡하는 이스라엘 후손들은 무엇을 생각할까.


<유태인들이 통곡의 벽(서벽)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지난주 배달된 시사주간지 타임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 100명을 선정했다. 이 중 표지에 15명의 이름을 올려놓았는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포함됐다. 인구 780만명에 불과한 국가의 지도자가 미국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그런 영향력을 발휘하는 의지는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미국 워싱턴에서 정치권을 움직이는 로비스트 중에서 가장 영향력이 센 단체 중 하나가 AIPAC이다. 풀어보자면 ‘미국이스라엘공공문제위원회’인데, 온전히 이스라엘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 미국 435개 연방하원 선거구 모두에 관련 조직을 침투시켰고,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활동을 벌인 의원들을 성적순으로 발표한다. 이 단체가 워싱턴에서 연례총회를 열면 이스라엘 총리를 비롯해 각료들이 참석하고, 미국 의원들이 총동원된다. 미 대선 후보들은 이 단체의 모임에 참석해 친이스라엘 정견을 발표하며 눈도장을 찍는다. 1947년 재미유대인 7명이 결성한 단체가 이렇게 막강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독일 나치가 제2차대전 중 유대인을 학살하려 할 때 재미 유대인들은 동족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하지만 전황을 챙기기에 너무 바빴던 미국은 홀로코스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대학살이 벌어진 뒤 유대인들은 땅을 치고 통곡했다. 이들은 절치부심했고 미국 핵심 정치인들을 손에 넣고 움직일 방법을 찾았다. 그래서 나온 것이 대미 로비이다. 유대인의 로비는 동족의 죽음을 막지 못한 참회나 다름없다.

이스라엘에는 자동차 공장이 없다. 하지만 전투기는 만든다. 1967년 6월 이스라엘이 이집트와 시리아에 선제공격을 감행하기 사흘 전 프랑스는 이스라엘과 맺은 동맹을 파기하고 전투기 제공 약속을 깼다. 배신감에 치를 떤 이스라엘은 프랑스에서 설계도를 훔쳐다 전투기를 만들었다. 그들이 이제는 무인기를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인공위성을 띄우고, 탄도요격미사일을 개발했다. 강대국들의 압력에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핵무기는 물론 생화학무기도 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모든 대비는 수백번 침략을 당하고, 씨를 말리는 종족멸종 위기에 처했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기자는 최근 이스라엘을 방문해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관계자를 여럿 만났다. 이스라엘의 독특한 아이디어 및 기술 진보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외교부의 하가이 샤그리르 아태국장은 “필요가 발명을 낳았다”고 말했다. 생존위기가 이스라엘에 길을 찾도록 했다는 것이다.

샤그리르 국장의 설명을 들으면서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았다. 동족에 총을 겨눴던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수백번 침략했던 중국이 항모를 앞세워 해양제패를 노리고 , 식민수탈했던 일본이 작은 섬 독도조차 탈취하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무엇을 느껴야 하는가. 우리는 이스라엘이 끔찍하게 경계하는 약자의 고통을 너무 쉽게 잊고 있는 게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