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 자전거도로 - 세계일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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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숲’에서 팔당대교까지 1시간30분 거리. 한강을 따라 흐르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주말마다 북새통을 이룬다. 수년 전 한강둔치를 누비던 인라인스케이트가 자전거에 자리를 내주고, 산에 오르던 사람들도 페달을 밟는다. 자전거를 이끌고 강변으로 간 사람들은 서울 주변에서 맴돌지 않는다. 반포대교에서 행주산성까지, 잠실운동장에서 분당까지 왕복한다. 서울 하트코스(여의도에서 성산대교 밑 안양천으로 꺾어져 안양∼과천을 거쳐 양재천∼탄천을 돌아 한강을 따라 다시 여의도에 이르는 코스) 주파시간을 자랑하면 초보자 취급을 받는다.

 

용산에서 여주까지 90㎞ 코스를 왕복하는가 하면, 마포에서 강화도까지 왕복하는 마니아들도 많다. 토, 일요일 새벽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중앙선 전철의 앞·뒤칸은 자전거로 빼곡하다. 이들은 용문역에서 내려 강원도 설악산, 태기산 등지로 내달린다. 가수 김세환씨가 이끄는 ‘한시반’ 모임 회원들은 낮 1시30분에 한강에서 만난다. 이들은 매년 5월 서울에서 설악산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숨이 턱턱 막히는 미시령고개를 넘어 220㎞를 15시간 동안 달린다. 
이들은 자전거 길에서 인생을 찾는 심마니들이다. 허벅지를 조여오는 고통과 어깻죽지의 통증. 이런 육체적 고단함은 반환점을 돌 때 정신적 긴장의 해방과 함께 날아가 버린다. 전문직 종사자가 많은 장거리 라이더들은 낙엽이 바퀴에 뭉개지면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가을을 확인한다.

자전거가 왜 좋은가. 소설가 김훈은 이렇게 말했다. “이건 내게 스포츠라구.”

올가을 한강은 자전거광들의 거대한 놀이터가 되고 있다. 한강뿐만이 아니다. 한강(서울구간)에서 이어지는 남한강 코스가 하나씩 개통되면서 명소가 되고 있다. 



이곳으로 가보면 숨이 딱 멎는 자전거길을 만날 수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남한강 구역을 정비하면서 덤으로 만들어놓은 자전거도로. 서울에서 충주까지 이어지는 자전거도로는 강북 코스이다. 남쪽 코스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단거리 코스로 조성됐으며 중간중간에 끊어져 있다. 강북 코스 중에서 서울에서 여주 신륵사까지 달리는 코스는 초보자들도 덤벼봄 직하다. 이 구간은 지난 추석 연휴기간 부분적으로 시범 개통해 찬사를 받았다. 기자는 주말 이 구간을 달렸다. 
첫 번째 숨 멎는 코스는 워커힐을 지나 구리 암사대교 공사 구간을 지난 뒤 만나게 되는 한강둔치 꽃단지 코스이다. 워커힐 앞 자전거코스는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오르막길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라이더들이 국도로 우회했던 곳이다. 꽃단지는 코스모스, 해바라기, 칸나 등 가을 꽃이 만개해 있다. 지난여름 내내 땅을 거르고 다듬어 꽃씨를 심은 덕분에 형형색색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남양주 체육공원을 지나 카페와 맛집이 늘어선 미음나루터는 또 어떤가. 전망 좋은 카페 ‘초대’ 앞을 지나면서 유난히 좁아지는 자전거 도로 바로 옆에서 넘실거리는 한강은 한 폭의 그림 같다.



경치에 넋을 잃고 가다 보면 바닥에 자전거도로 끝이라는 표지가 보인다. 포기하지 않고 비탈길을 올라가 본다.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도로를 오르다 보면 카페와 음식점이 즐비한 곳을 통과하게 된다. 계속 직진하면 두메산골 농원 입구를 막고 있는 타이탄트럭을 만나게 된다. 농원을 지나 비포장도로에서 오프로드 라이딩을 즐기면서 넘어지듯이 기어오르다 보면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포장도로를 꼬불꼬불 내려가면 탁 트인 한강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왼편에 잘 정돈된 한강공원 삼패지구를 지나치게 된다. 가지런히 늘어선 코스모스가 질주욕구를 자극해 라이더들의 숨을 더욱 헉헉거리게 한다. 두 번째 숨 멎는 코스이다. 



강북 아리수정수센터의 취수장을 지나면 팔당대교 직전까지 길게 뻗은 한강나루길에 들어서게 된다. 공원을 조성 중인 왼쪽 빈터는 건너편 삼겹살집에서 빠져나온 소풍객의 차지가 돼 있다. 이들은 원색의 옷을 입은 자전거족들을 부러운듯이 쳐다본다. 팔당역에서 시작되는 자전거도로를 타고 양수리까지 간다. 사용하지 않던 중앙선 철로를 활용해 만든 철로자전거도로는 양수리 입구까지 이어진다.(팔당대교∼양수리코스 기사 참조) 코스 대부분 구간에 안전펜스가 설치됐으며 부분개통하고 있다. 감히 세 번째 숨 멎는 코스라고 이름 붙일 만하다.

 
북한강을 가로질러 양수리로 넘어가는 철로 자전거도로는 아직 공사 중이다. 마니아들은 양수교를 넘어 경강로와 용담대교의 갓길을 따라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가슴이 조마조마해지는 곳이다. 이 길은 설악산 주파 라이더들이 선택하는 길이다. 초보자들은 양서면으로 건너가기 전 운길산역에서 전철을 타고 양평역에서 내릴 것을 권한다.



양평역에서 영근교를 건너 남한강에서 다시 자전거전용도로에 진입할 수 있다. 양평 강변 순복음교회 앞쪽에서 양평생활체육공원으로 진입하는 나무도로는 지친 라이더들에게조차 시적 영감을 안겨 주는 곳이다. 고급카페에 들어설 때 맞닥뜨리게 되는 잘 다듬어진 정원 같은 이 초입은 시각의 즐거움에 취해 피로에 지친 다리를 잠시 잊게 한다. 기자와 동행했던 산악자전거 마니아 황태현씨(44)는 “와∼” 하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네 번째 숨 멎는 코스이다.



오래된 등대를 전망대로 보수해 남한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아기자기하게 조성된 공원과 축구장을 지나면 자전거 도로 양편에 늘어선 가로수에서 떨어진 마른 나뭇잎이 사각거리를 소리를 낸다. 나뭇잎을 치면서 달리다 보면 잔디 관리가 잘된 별장과 펜션을 지나게 된다.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비포장도로를 더 달리면 흑천을 만나게 된다. 이쯤에서 지친 라이더들은 흑천을 건너 직진하면 만나게 되는 국도를 왼쪽으로 타고 양평 대명리조트를 지나 용문산역에 접근할 수 있다.



흑천을 넘어 오른쪽으로 가면 다시 자전거도로가 이어진다. 한적한 시골 마을 앙덕리에서 자전거 도로는 일단 끝난다. 앙덕리 마을회관 앞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후미고개를 오르다보면 ‘선사유적의 마을 앙덕리’라고 적힌 화강암 표지석을 만나게 된다. 이 언덕에는 산악자전거도로를 만드는 공사를 하고 있다. 고개를 넘어 내리막길을 질주한다. 토파즈모텔을 끼고 개군레포츠공원 표지를 보고 진입한 뒤 첫 번째 나오는 다리(하자포리교)를 넘으면 다시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이포나루터까지 자전거도로는 고속도로처럼 쭉 뻗어 있다. 다섯 번째 숨 멎는 코스이다.


올여름 장마 때 진보세력이 표적으로 삼았던 이포보 공사현장에 도착하면 한강이 빠뀐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막국수로 유명한 천서리의 범람을 막는 제방이 높이 솟아 있고 갈수기 때 바닥이 드러났던 강의 수심이 깊어졌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포보 인근에는 캠핑 시설과 인라인스케이트장, 샤워실 등이 갖춰져 있다.

 이곳을 지나면 한강물이 넘칠 때를 대비한 저류지 공사를 하는 곳을 만나게 된다. 여의도 크기의 3분의 2나 되는 이곳에서는 자전거도로가 3개나 된다. 한강을 끼고 흘러가는 트랙과 가운데, 그리고 마을 쪽 트랙이다. 가운데 트랙을 선택할 것을 권한다. 공사 중인 시설과 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지역은 아직 자전거도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일부 구간은 주의를 기울이며 지나가야 한다. 10월 중순쯤 완전 개통될 예정이다.



이곳을 통과하는 데 제법 인내가 필요하다. 첫눈에 보는 것과 달리 거리가 제법 길기 때문이다. 이 곳에 충주댐까지 84km라고 알리는 표지가 서 있다.



이 시설 끝트머리에선 군부대를 돌아가면 여주보가 나온다. 자전거를 타고 넘어갈 수 있다. 다리 중간에 삐죽삐죽 쏟은 것은 측우기를 형상화한 것이다. 여주보를 건너서 여주 쪽으로 달리다보면 세종대교 인근 오른쪽 절벽에 오래된 이끼처럼 들풀이 나무를 치렁치렁 감고 있다. 깊은 산중에 들어선 것처럼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섯 번째 숨 멎는 코스로 꼽았다. 이곳을 지나 여주대교 밑에서 자전거도로가 끝이 나면서 트램이 만들어져 있다. 여주대교를 건너 신륵사 쪽으로 넘어간다. 반포대교에서 이곳까지 90㎞이다. 전반적으로 어려운 오르막 코스가 없고 평탄해 라이딩이 쉬운 편이다.

여주 시외버스터미널에 가면 서울행 버스가 많다. 고속버스에 자전거를 무료로 실어준다. 서울까지 1시간소요. 요금은 52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