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화폐전쟁 - 세계일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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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전쟁이 불붙고 있다.
 중국 하이난다오에서 지난달 14일 개최된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위안화를 응원했다. 브릭스(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남아공)는 서로 돈을 빌려줄 때 자기네 통화를 사용하기로 약속했다. 이 합의는 위안화에 힘을 실어주고 달러를 압박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도 위안화 사용 비중을 늘리고 있다.
 중국은 유럽 국가들에 대규모 차관 제공을 약속하거나 국채를 사주면서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손짓하고 있다. 스페인 국채 4억유로어치를 사들인 데 이어 올해 60억유로어치를 추가로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국채는 1조1500억달러어치나 확보했다. 미 국채의 확보 의미는 남다르다. 미국에 대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지 말라고 큰소리치는 등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은 이 같은 달러 포위 전략을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 대외무역거래에서는 달러 사용을 줄이고 있다. 이미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지난 10년 동안 70%에서 60%로 줄었다.
 하이난다오 회의 하루 뒤인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들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였다. 이들은 위안화 저평가 문제를 공격했다. 중국이 외환을 3조447억달러나 갖고 있으면서 위안화를 마구 찍어내 달러를 사들임으로써 위안화 가치를 계속 낮게 가져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이 지배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은 위안화 가치와 금리를 올릴 것을 요구했다.
 미국의 자칭 대선후보라는 인물들은 더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위안화 조작을 끝내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놓고 경고했다. 이 같은 위기의식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이라크전과 아프간전, 리비아전이 베트남전의 악몽을 상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11년째 전쟁을 치르고 있다. 미국인의 두려움은 패배와 병사들의 사망에 있지 않다. 막대한 전비 투입과 재정적자, 이를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 그리고 이어질지도 모를 달러의 기축통화 위상 상실이 두려운 것이다.
 과거 베트남전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미국은 대대적인 위기에 헤맨적이 있다. 1961년 이후 일어난 달러 위기는 14년간 이어진 베트남전과 관련이 있었다. 미국은 베트남전에 2500억달러의 군비와 50만명의 병사를 투입했다. 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각국에서 엄청난 차관을 도입했다. 이 때문에 재정적자 누계가 1500억달러에 달했다. 미국의 대외채권 상환능력이 약화됐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미국은 달러를 마구 찍어냈다. 일본에 대해서는 엔화의 평가절상을 요구했다. 달러의 평가절하 때문에 일본이 보유한 거대한 달러 자산은 대폭적으로 가치하락을 맞았다. 급기야 일본 경제가 몰락하는 길로 들어서게 됐다. 미국은 달러의 유동성 확대를 통해 달러의 가치를 하락시킴으로써 전쟁비용과 경제위기를 다른 나라에 떠넘긴 것이다.
 이러한 30~40년 전 상황은 오늘날과 다르지 않다.
 미국은 14조2000억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 미국의 부채상한선(14조2500억달러) 상향조정법에 반대한 적이 있다. 이제 그는 자신의 반대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 할 수만 있다면 더 많은 빚이라고 내고 싶은 것이다. 미국은 재정적자를 국채를 발행해서 메우고, 국채의 원리금 상환은 달러를 찍어내 막다가 이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한계상황에 닥쳤다. 달러 기축통화국으로 무책임하게 누리던 특권을 상실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렇다면 생산성이 받쳐주지 못하는 달러 공급의 뒷감당은 누가 떠맡아야 할까.
 이라크전 등 3개 전쟁에 투입되는 막대한 전비는 달러의 위기를 가속화하고 그 부담은 국제사회로 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일각에서는 경제재건을 위해 선별적 채무불이행을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불량 모기지 사태와 전비 지출 증가, 이어진 미국의 재정적자 증가, 이를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 그리고 중국 견제론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돈싸움으로 시작되고 있는 미·중 두 강대국의 충돌은 전장을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한국은 요동치는 국제금융전쟁에 두 눈을 부릅뜨고 경계해야 한다. 일본 꼴을 당하지 않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