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이 쿠웨이트를 4 0으로 대파하고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이 경기에서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주영이 선제골을 뽑았죠.  김동진이 왼쪽 골대 부근에서 빠르게 올려준 공을 이동국과 함께 문전으로 쇄도하던 박주영이 발로 살짝 방향을 바꿔 첫 골을 넣었습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누구라도 그렇게 공이 왔다면 쉽게 골을 넣을 수 있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느리게 재생한 득점장면을 보면서  박주영이 마치 먹잇감을 놓치지 않는 사자와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의 양 옆에 쿠웨이트 수비수가 밀착수비를 하며 따라갔지만, 박주영은 마치 사자가 날카로운 앞발을 뻗어 먹잇감을 낚아채듯 공을 향해 발을 쭉 뻗어 골문 안으로 밀어넣었습니다.

 

이처럼 결정적인 찬스를 포착했을 때 정확한 판단력과 뛰어난 순발력으로 득점을 올리는 선수를 흔히 킬러(killer)라고 부르죠. Killer는 살인자라는 뜻도 있지만 속어로 경이적인 사람이라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또 형용사로도 쓰이는데, 그 때는 치명적인 인상적인이라는 뜻입니다. 운동경기에서는 상대팀의 천적이거나 확실한 해결사라는 의미로 킬러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되죠. 

 

킬러라는 단어는 이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사용됩니다. 마케팅에서는 특정 품목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대형 매장을 갖추고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해 손님들을 끌어들이는 곳을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라고 부릅니다. 하이마트나 하나로마트, 맘스맘 등이 대표적인 카테고리 킬러이죠.

 

킬러는 이외에도 특정 기술이나 서비스에서 소비자들을 만족시켜 수익의 원천 역할을 하는 것을 가리키는데도 쓰입니다. 이른바 킬러 애플리케이션이나 킬러 컨텐츠가 바로 그것입니다. 뉴미디어나 IT분야에서 이런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한마디로 소비자들에게 먹히는, 돈이 되는 응용소프트웨어와 컨텐츠를 일컫는 말입니다.

 

컴퓨터를 예로 들어 살펴보겠습니다.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인터넷으로 필요한 정보를 서핑하고, 커뮤티케이션을 하고, 게임을 하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문서작업을 하고, 디카로 찍은 사진을 편집하고, 문서나 파일을 저장하고, CD DVD를 재생하고 등등 그렇지만 사람들이 그중에서도 컴퓨터를 어디에 쓰기 위해 구입하는지 를 안다면, 그에 맞춰 컴퓨터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구성해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입니다. 90년대초를 되돌아보면 당시 컴퓨터학원에서는 워드프로세서와 스프레드시트를 주로 가르쳤습니다. 저도 당시 워드프로세서와 컴퓨터의 기본기능을 배운 기억이 있습니다. PC를 사용해 주로 문서작성과 표 계산을 했기 때문이었죠. 그렇지만 인터넷이 보급된 이후 컴퓨터의 주 사용목적이 인터넷 접속 또는 게임으로 바뀌었고, 따라서 컴퓨터를 구입할 때 모뎀의 성능과 게임을 무리없이 띄울 수 있는 CPU와 메모리, 그래픽카드가 중요한 변수가 됐습니다. 이제는 PC의 성능 개선이 어느 정도 한계점에 도달하자 PC AV 중심기기로 만들겠다는 컨셉으로 윈텔(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인텔) 진영이 미디어센터 PC라는 것을 들고 나왔습니다. PC에서 음악 파일을 전송해 오디오로 듣고, 영상을 TV로 전송해 DVD나 동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당초 의도와 달리 얘기가 다른 방향으로 너무 나간 것 같네요. 궤도를 수정해서 제 직책(미디어연구팀장)과 관련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요즘 뉴미디어와 관련있는 사람들이 입만 열면 빠지지 않는 단어가 몇가지 있습니다. DMB, 와이브로(휴대인터넷), IP-TV, 유비쿼터스 등입니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동시다발적으로 밀어닥치고 있기 때문이죠. 새로운 통신방송 기술이 보급되면서 미디어 환경이 급속하게 모바일, 동영상 중심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입니다. 이미 위성 DMB 5월부터 상용서비스를 시작했고, 사업자 선정을 마친 지상파 DMB는 올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할 예정입니다. 와이브로도 사업자가 정해진 상태에서 서비스 개시가 내년으로 예정되어 있으며, IP-TV는 성격 규정이라는 정책적인 문제가 남았지만 기술적으로 서비스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이 한꺼번에 밀어닥치고 있어 과연 무엇이 소비자들을 사로잡을지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다만 사업자나 연구소 등에서 예측한 수치상으로는 DMB가 가장 파워풀한 기술로 꼽히고 있습니다. 휴대폰과 하나로 합쳐진 작은 단말기를 통해 강력한 컨텐츠인 지상파 방송을 공짜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직은 단말기 가격이 비싸고, 크기도 기존 휴대폰에 비해서는 좀 큰 것이 흠입니다. 또 당초 지상파 방송을 공짜(지상파의 경우, 위성DMB는 한 달에 13000원을 내야 함)로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사업자들이 전파음영지역 해소를 위한 캡필러 설치등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한달에 몇천원 정도의 비용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 무료 서비스가 유지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TU미디어가 공개한 위성DMB 시험방송에서 나타난 프라임타임(점선부분), 그래프를 클릭하면 확대된 그림을 볼 수있음>

 

문제는 DMB나 와이브로, IP-TV 등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에서 과연 소비자들이 어떤 컨텐츠를 주로 찾을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TV에서는 드라마가 넘버원이고, 코미디나 시트콤도 시청자들을 수상기 앞으로 불러 모으는 주요 컨텐츠라고 할 수 있죠. 물론 뉴스나 스포츠 중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컴퓨터는 인터넷이 가장 핵심적인 기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DMB나 와이브로는 모바일 환경에서 구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기존 TV와 컴퓨터와는 컨텐츠 이용에서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TV는 거실에서 편안하게 앉아 보기 때문에 방송시간이 긴 프로그램도 소화할 수 있지만, 휴대폰으로 보는 TV 방송은 그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겁니다.

 

하지만 예측은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입니다. 현재 위성 DMB 상용서비스를 하고 있는 TU미디어 서영길 사장은 지난달 서울디지털포럼의 주제발표를 통해 당초에는 가입자가 DMB 서비스에 20분 이상 집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것은 가입자가 주로 지하철 등 이동구간에서 DMB 서비스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한 것과 달리 대기시간 등 정지구간에서도 많이 이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프라임 타임은 출근시간, 점심시간, 퇴근시간, 자정 무렵 등 가입자가 자신의 시간을 낼 수 있는 구간으로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프라임타임이 하루 4번 나타난다는 얘깁니다. 그래프를 보면 아시겠지만, 지상파 방송에 비해서는 프라임타임과 비프라임타임간 높낮이 차이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습니다. 아직은 가입자가 많지 않은데 따른 현상일 수도 있고, 아니면 본질적인 차이일 수도 있을 겁니다.

 

뉴미디어 사업자의 최대 고민은 가입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고, 이용도를 높일 수 있는 킬러 컨텐츠가 과연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휴대폰이 급속하게 확산되기 시작한 90년대 후반으로 되돌아가보면, 휴대폰으로 이용할 수 있는 컨텐츠와 기능이 다양했지만 킬러 컨텐츠가 벨소리와 통화연결음(컬러링)이었습니다. 애니콜이 16화음, 64화음 벨소리 휴대폰을 앞서 출시하면서 히트를 쳤죠. 하나에 몇백원 하는 벨소리와 컬러링 시장이 1년에 1000억원이 넘어갑니다. 사실 이 시장을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던 것같습니다. 덕분에 컬러링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오사이오(700-5425)는 많은 돈을 벌었다고 들었습니다. 이와 같이 새로운 시장을 예측하는 매우 어렵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만일 그것을 미리 알 수 있다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입니다.                                                  

                                                                        

 

<TU미디어의 시청자 참여프로그램 그래픽(위)과  포켓드라마의 한 장면>  


다양한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미래의 미디어 시장은 현재처럼 신문과 방송, 인터넷으로 분야를 나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소비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한 전방위적인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것은 곧 무엇이 킬러 컨텐츠이고, 어떤 것이 킬러 애플리케이션인지를 예측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것을 예측하기 위해서 사업자들은 가입자나 예비 가입자들을 상대로 시장조사를 하고, 시장의 변화를 세밀하게 관측하고 있습니다. 현재 위성 DMB 서비스를 하고 있는 TU미디어는 블루채널을 통해 다양한 컨텐츠를 시험하고 있습니다. 휴대성과 양방향성, 멀티미디어의 특성을 살린 킬러 컨텐츠를 발굴하려는 노력인 것이죠. 머지 않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프로그램이 또 하나의 유행이나 문화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만들거나 찾지 못한다면 DMB나 와이브로, 그 무엇도 과도한 투자에 비해 실속없는 서비스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킬러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거대한 미디어 게임이 지금 우리 눈 앞에서 전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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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essay editing service | 2012/12/13 22:22 | 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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