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의 출판경쟁 - 세계일보 블로그
 차기 대전시장으로 유력한 염홍철 현시장과 열린우리당 권선택 의원.
 이 두사람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책을 출간했습니다.
 
 염시장의 책은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페이지에서 네티즌들과 나눈 내용으로 제목은  ‘시장님 우리 일촌(一寸)해요’입니다.
 2002년부터 미니홈피를 개설한 염시장은 현재  600여명의 네티즌과 1촌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책에는 시행정과 일상생활을 주제로 이들과 오간 대화록과 자신의 인생관을 적은 글 40여편이 소개됐습니다.
 때문에 공동저자가 무려 120여명에 이릅니다.
 학자출신 답게 이미 11권의 책을 낸 염시장은 지난해 말에도 홍보성 에세이 모음집을 낸 바 있습니다.

 이에 비해 권의원은 대전에서 나고 자라면서 겪은 추억과 가족사를 자서전으로 출간했습니다.
 14일에는 성대한 출판기념회까지 열었죠.
 ‘때로는 부족함이 더 아름답다’는 제목의 책에는 행자부 국장, 대전부시장,청와대 인사비서관 등 관료 생활을 거치며 이룩한 업적도 소상히 담고 있습니다.
 “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늘 용기를 실어준 건 고향분들이었다”며 유권자에 대한 애정을 표하는데 특히 많은 지면이 할애됐습니다.

 이런 내용과 관계없이 두 책이 관심을 끄는 것은 선거철이라는 ‘시간문제’ 때문입니다.
 
 염시장의 ‘인터넷 1촌’들은 보기에 따라 강력한 선거지지 기반이기도합니다.
 책을 통해 유대감을 강화하고 이들을 앞세워  ‘넷심’을 선점하려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염시장은 인터넷 1촌을 포함한 200여명의 염사마(염홍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들과 거의 매일 인터넷 대화를 나눈다고 합니다. 민심을 읽는데 도움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거꾸로 보면 강력한 사이버 부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권의원의 출간 역시 선거철 정치인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책으로서의 가치보다 존재를 알리기 위한 목적이 더 짙습니다.
 출판기념회에는 열린우리당 당의장 후보 8명 전원을 포함 지역 정·관·재계 유력인사 1000여명이 성황을 이뤄 출정식을 연상케 했습니다.
 
 지역정가에서는 이들의 경쟁적인 책 출간을 사실상의 출사표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같은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첨예한 신경전을 펴고있는 두 사람이 후보경선이나 공천을 둘러싸고 각개 전투에 돌입했다는 것이죠.
 
 대전지역에서는 이들에 앞서 출마설이 나도는 박성효 대전정부부시장과 전종구 전중앙일보 중부본부장 등이 잇따라 자서전을 출간했습니다.
 진동규 유성구청장도 조만간 책을 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른바 출판 정치가 펼쳐지고 있는 셈입니다.
 문제는 책에 담은 그들의 추억과 인생관,그리고 그 진정성 까지 더불어 의심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책 출간은 개인적으로 대단히 명예로운 일입니다.
 사회적으로도 문화적 자산으로 권장할 일입니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공해 요인일 수도 있습니다.
 선거철, 바로 지금이 그런 때입니다. 
 
농촌의 가을은 수확의 계절입니다.
그래서 추수철을 맞은 농촌에서는 언제나 체육대회다 축제다 하여 떠들썩하기 마련이죠.
농삿일로 뜸했던 이웃 마을 사람과 오랫만에 막걸리잔을 기울이고 , 타향살이를 하는  옛 친구들은 모처럼 고향을 찾아 살가운 정을 나누기도 합니다.
요즘은 시골축제도 장삿속이 엿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넉넉한 인심과 가을 햇살 같은 따사로움은 이벤트화된 도시문화와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체육대회가 금년들어 뚝 끊겨 시골 사는 맛을 반감시키고 있습니다.
여러차례 보도된 바 대로 지나 8월 개정된 공직 선거법의 서슬 때문입니다.
충남지역에서는 9월 29일부터 10월 초까지 예정됐던 7개 시군의 체육대회가 모조리 취소됐습니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주민들에게 거창한 잔칫상을 차려줄 요량이던 일부 현직 시장이나 군수들은 당연직인 체육회장 직을 내놓는다,도체육대회를 보이콧하겠다는 둥 반발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선거법 때문에 못 연다는 것이죠.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공직선거법은 공정한 선거운동을 이끌기 위해 대략 세가지로 구분해 행위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선거일을 기준으로 1)60일전 제한,2)1년전 제한,3)상시제한이 그 것입니다.
법 86조 2항과 3항에 각각 규정된 60일전 제한과 1년전 제한은 공직자와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행위를 규제하는 것으로 까탈스럽긴하지만 이의가 있을 수 없습니다.
문제는 112조에 정한 '상시제한'으로 체육대회는 이에 해당됩니다.
종전 법에 선거일 180일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기부행위'가 상시제한으로 강화됐는데 체육대회의 각종 지원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는 것이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시골 체육대회는 자치단체가 축제의 일환으로 먹는 것과 입는 것을 대부분 제공해왔습니다.선수들에 대한 유니폼과 먹을 것,부상은 물론 참석 주민들에게 국밥 한그릇과 막걸리 정도를 대접하는게 기본이었죠.
그렇다면 앞으로 예전과 같은 체육대회는 볼수 없게 되는 걸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개정된 법으로도 체육대회는 명백하게 열 수있습니다.
식사나 유니폼,부상품 등 기부행위로 오해할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해야하는 조건이 붙지만 말입니다.
선관위에 직접 문의해보니 선수훈련비 같은 기본적인 경비는 선거법에 위반되지않는다면서 체육대회가 일제히 취소된 것에 오히려 의아해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주민의 세금으로 조성한 예산을 마치 시장이나 군수가 베푸는 것처럼 보이지만 않는다면 시골 체육대회는 부활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생깁니다.
선거법에는 이골이 난 현직 시장이나 군수들이 이런 내용을 알면서도 왜 굳이 체육대회를 포기하고 있느냐는 거죠.
결론은 간단합니다.
수고는 자신이 하고 내년 선거의 경쟁자들에게 잔칫상을 차려줄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거법대로라면 현직 단체장은 체육대회가 열려도  얼굴을 내밀 수 없습니다.물론 식사나 부상품도 제공하지 못합니다.
선거법을 자세히 알 수 없는 주민들은 썰렁해진 분위기에 실망하고, 대다수는 '코빼기도 비치지않는 군수나 시장'에게 화살을 돌릴 수 밖에 없겠지요.
반면 경쟁자들은 자유롭게 행사장을 헤집고 다닐 수 있으니 아예 열지 않는게 상책이 되어버린 겁니다. 선거법은 참으로 엉뚱한  결과를 낳고 있는 셈입니다.
하나를 얻기 위해 제정된 법은 때때로 소중한 또 다른 하나를 잃게 합니다.
사람이 이해관계에 따라 그 법을 악용할 때의 폐해는 더욱 심해지죠.
법과 정치적 이해관계로 우리 농촌의 전통적 풍경중 하나인 시골체육대회가 사라진 것은 아픈 현실입니다. 
선거법이 개정되어야할지,시장 군수들의 양식 회복을 기다려할지....풍요의 계절을 맞은 농촌 주민들은 짜증스럽기만 합니다.  
 
 
8월 29일 대전에서 발생한 30대 가장의 일가족 독살 사건은 참 난감한 사건이었습니다.
 내용이 너무 충격이다 보니 이를 어떻게 기사화해야할지 조차 망설여지더군요.
 내용은 기사를 통해 아시겠지만 특히 엄마와 형들이 독극물을 마시고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발버둥 치던 4살바기 막내의 모습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지더군요.
 증거를 없애기 위해 그런 아들까지 목 졸라 살해한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하면 사람이 얼마까지 잔인할 수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공공의 적'이란 영화에도 돈에 눈이 멀어 제가족을 살해하는 사건이 등장합니다.
 거꾸로 아들이 부모를 죽이는 내용입니다만 아들에게 죽어가는 어머니가  범행과정에서 떨어진 아들의 살점을 삼키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죽어가면서도 증거를 없애 아들을 보호하고 싶었던 거죠.
 아마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런 마음일 겁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정반대였습니다.
 사건을 수사했던 형사가 전한 바에 따르면 아버지 장씨는 막내 아들이 목을 조르는 고통 때문에 자신의 뺨을 때리고 울부짖었지만 끝내 살해하고 말았답니다.
 이런 사실은 묻힐뻔 했지만 다른 가족과 달리 아이의 몸에서 독극물이 검출되지않아 이상하게 여긴 형사의 조사로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한순간 정신이 나가 일을저지르고 나면 누구라도 한번쯤은 후회한다고 하지만 장씨는 이마저도 예외였던 모양입니다.
 범행후 현장을 불태운 것도 아니고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태연히 출근한 뒤 저녁에 불을 질렀다고 합니다.
 점심시간에는 잠시 들러 사망을 확인했다고도 합니다.
 사체를 완전하게 태우기 위해 집안 문을 걸어잠그고 불을 지른뒤에는 집근처 pc방에서 오락을 즐겼다는군요.
특히 그는 화재가 외부에 알려진 뒤에는 숨가쁘게 뛰어와 대성통곡을 하고 소방관들에게 가족을 살려내라고 아우성을 쳤다니 가증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이번 사건을 완전범죄로 만들기 위해 그는 독극물을 자살사이트를 통해 구하고 아내의 동의를 얻어 보험에가입하는등 나름대로 머리를 굴렸습니다.
 그러나 자살사이트 검색흔적이나 월급 100만원에 월 30만원이 들어가는 보험에 가입한 것이 거꾸로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되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습니다.
  이런 일을 저지른 사람의 얼굴이 궁금해 취조실에서 한번 만나봤지만 그는 끝내 얼굴을 들지않고 잘못했다는 말만 되풀이 하더군요.
  뒤늦게 양심이 살아난건가요?장씨는 범행이 들통나자 모든 사실을 자백했지만 아직 아이들을 죽인 이유에 대해서는 묵비권을행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취재과정에서 또하나 놀라운 것은 그가 유복한 가정 출신에 평범한 인생행로를 걸어왔었다는 겁니다.
 대전의 한 공고 전자과를 졸업한 장씨는 수원의 한 실습공장에서 아내를 만나 이후 평범한 가정 생활을 꾸려왔다고 합니다.부모들도 비교적 생활이 넉넉하고 형제도 이른바 잘나가는 '사'자 돌림의 직업인이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더 큰 돈을 벌기위해 안경점이나 핸드폰 대리점등을 운영했던 그는 한때 큰 재미도 봤다더군요.
 그러나 지난해 요식업소에 안주등을 공급하는 어느 식료품 납품업체 청주지사장을 하다 실패하면서 비뚤어진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지사장을 그만둔 뒤에는 그 회사의 배달직원으로 일해 생활이 몹시 궁핍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단지 돈 때문에 아내와 자식들을 몰살시켰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않습니다.
어느 정신과의사는 이를 '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 진단하더군요.
정신은 멀쩡하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언제라도 남뿐 아니라 가족이라도 해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주변의 누구라도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니 참으로 오싹한 얘깁니다.

장씨가 검거되고 부모와 형제에게 통보하자 누구하나 믿으려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여러 증거를 통해 범인임이 마침내 입증되자 그를 가장 감싸야 할 동생이 형에게 소리를 질렀다는 군요.
많은 사람의 심정이기도하지만 형제의 입에서 나온  이 한마디는 그러나 웬지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형은 반드시 천벌을 받을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