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진 기자의 책갈피]“나만 그런가 뭐”라고 말하는 사회
“대한민국에서의 생활이 만만치 않습니다. 법이 있으니까 사기를 치면 안 되고 거짓말도 하면 안 되지만, 정직함만으로는 더욱 살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가깝게 지내는 탈북자의 말이다. 물론 북쪽도 권력을 둘러싼 온갖 비리와 편법이 성행하지만, 목숨 걸고 내려온 ‘꿈의 나라’ 남한마저 그렇다는 걸 인정하기 어렵다는 거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게 사실이다. 몇 해 전 ‘이경규가 간다’라는 TV 프로그램에서 교통법규를 제대로 지키는 사람에게 경품을 주는 코너를 진행한 적이 있다. 모두가 지켜야 할 교통법규를 거의 대부분이 안 지킨다는 게 확인돼 씁쓸함을 줬던 기억이 생생하다.

‘정직한 사람’ ‘세금 다 내는 사람’ ‘법대로 하는 사람’ ‘큰 소리 안 치는 사람’은 어느 때부턴가 ‘바보’와 동의어처럼 쓰인다.

“인사 청탁하면 패가망신할 것”이라고 큰소리쳤던 직전 정부의 대통령 형님과 최측근들도 그 이전 정권, 그 전전 정권 때의 대통령 아들·측근들과 마찬가지로 끝내 구속됐다.

대기업 사장단과 그룹 회장들은 사정 정국만 되면 굴비 엮이듯이 줄줄이 소환되는 게 이젠 익숙할 정도다. 그럴 때마다 들여오는 말이 있다.

“뇌물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내가 입을 열면 여럿 다친다.” “나만 그런가 뭐.”

부정부패가 만연돼 있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부끄럽지만 현실이다. 그런데 세계 최고 선진국이라는 미국도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미국의 공공정책 연구기관인 ‘데모스(Demos)’ 공동설립자 데이비드 캘러헌이 집필한 ‘치팅 컬처-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강미경 옮김, 서돌)는 만연한 ‘속임수 문화’를 여과 없이 폭로한다.

저자는 분야를 막론한 풍부한 사례와 전문적 분석을 통해 사람들이 속임수를 이용해 어떻게 안락한 생활과 대중의 지지를 얻는지, ‘경제적 승자’가 권력까지 장악할 수 있게 된 배경과, 이런 속임수가 평범한 중산층에게까지 널리 퍼지게 되는 원인에 대해 낱낱이 밝히고 있다. 나아가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속임수 문화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진단한다.

속임수 문화를 부추기는 것은 ‘승자 독식’의 사회 구조가 문제라는 캘러헌은 이긴 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기기 위해 편법과 탈법, 거짓과 사기를 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속임수는 결국 개개인의 선택의 문제로 좁혀지지만, 이러한 선택은 문화·정치·경제의 영향력에 많이 좌우된다”는 캘러헌의 말 속에 속임수 문화 청산의 길이 흐릿하게나마 보여 그나마 다행이다.

jjj@segye.com
  • 기사입력 2008.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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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sp-dans-les-etoile | 2016/07/29 17:40 | DEL | REPLY

정치인들은 너도나도 “두바이를 배우자” “우리도 두바이처럼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건설하자” “한국도 두바이와 같은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외치며 두바이 따라하기에 열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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