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진의冊갈피] 아직도 올해가 닷새나 남았다
  • ‘먹지 않으려고/ 입을 꼭 다물고 손을 내저어도 얼굴을 돌려도/ 어느새 내 입속으로 기어들어와/ 목구멍으로 스르르 넘어가 버리는 시간./ 오늘도 나는 누에가 뽕잎을 먹듯/ 사각사각 시간을 갉아먹고 있다./ 쭉쭉 뻗어나간 열두 가지에/ 너울너울 매달린 삼백예순 이파리 다 먹어치우고/ 이제 다섯 잎이 남아 있다./ 퍼렇게 얼어붙은 하늘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전순영의 ‘시간을 갉아먹는 누에’)

    ‘이제 다섯 잎이 남아 있다’는 시의 전문이다. 매일 새벽 약 200만명에게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배달하는 고도원씨는 26일 이 시를 소개하며 ‘어느덧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이제 겨우 다섯 잎만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한 해 동안 열심히 살아온 나를 위해서, 그리고 나보다 더 열심히 살아온 당신을 위해서 오늘은 축배라도 들어야겠습니다’라고 썼다.

    시의적절한 소재로구나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뭔가 아쉬움이 느껴져, 2008년 마지막 ‘冊갈피’를 쓰면서 이 말에 딴죽을 걸어본다.

    “아직도 올해가 닷새나 남았다고요.”

    따라서 ‘이제 다섯 잎이 남아 있다’는 쓸쓸한 생각은 접고, ‘아직도 닷새나 남았으니…’ 올해 안에 꼭 해야 할 일을 서둘러 마치자고 말하고 싶다.

    직접 찾아볼 사람은 찾아보고, 편지를 써야 할 사람에게는 편지를, 전화를 해야 할 사람한테는 전화를 걸고, 휴대전화 문자를 보낼 사람한테는 문자를 보내자.

    특히 1년 내내 껄끄럽던 사람과의 화해와 용서는 새로운 한 해를 출발하기 전에 꼭 필요한 절차이다.

    이렇게 다 한다 해도 뭔가 아쉬운 게 남아 있을 것이다. 단지 한 해를 보내는 시간적 아쉬움만은 아닐 것이다. 하나 둘 하얗게 세어가는 머리카락 때문만도 아니다. 경제가 어렵고, 직장이 불안정한 때문도 아니다.

    허전함이다. 한 해를 또 보내며 배고픔과는 다른 허기가 느껴진다. 어떻게 해야 하나. 뭘 해야 할까. 아직도 닷새나 남았는데….

    지금 당장 손을 뻗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책을 손에 들자. 그리고 펼치자. 읽으려고 구해뒀다가 방치한 책일 수도, 몇 년간 책꽂이에서 잠자고 있는 소설이면 어떻고, 잡지면 어떤가. 무조건 펼치자.

    집에 책이 한 권도 없다면, 당장 발을 움직여 가까운 서점에 가보자. 헌책방이라도 좋다. 2000원, 5000원이면 웬만한 책은 살 수 있다.

    올해가 다 가기 전에 책 한 권이라도 읽자. 그러면 적어도 후회되는 한 해는 되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시간은 있다. 닷새나.

    jjj@segye.com
  • 기사입력 2008.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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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vansfranceofficiel. | 2016/07/29 17:40 | DEL | REPLY

정치인들은 너도나도 “두바이를 배우자” “우리도 두바이처럼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건설하자” “한국도 두바이와 같은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외치며 두바이 따라하기에 열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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