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진기자의 책갈피]"전 미셸 오바마입니다. 이게 다예요"
  • ◇조정진기자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면 죄를 범한 신체 부위를 가리는 습성이 있다. 이를테면 음식을 몰래 훔쳐먹다 들키면 입을 가리고, 손으로 뭔가를 꺼내다 걸리면 손을 얼른 몸 뒤로 감춘다. 성서 창세기에 등장하는 아담과 해와는 ‘따먹지 말라’는 금기를 어긴 후 부끄러움을 느껴 무화과 나뭇잎으로 하체를 가린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원죄가 하체 범죄, 즉 성적 타락으로 해석되는 이유이다.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가리는 다른 하나는 자신의 신체나 출신 성분 등 이력의 약점이다. 학력을 밝히지 않거나 거짓으로 이야기하는 것, 혹은 거쳐온 직장을 속이는 행위는 어쩌면 범죄 심리나 콤플렉스 이전에 ‘강점·장점은 드러내고, 약점은 감추는’ 자연스러운 자기 보호본능의 일환이다.

    그런데 여기, 예외가 있다. 항상 그렇듯이 평범을 거부하는 ‘예외적인 인물’들은 거물 범죄자이거나 큰 인물 중 하나이다.

    미셸 오바마. 제44대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의 후광에 가려져 있긴 하지만, 평범한 인물은 아니다. 프린스턴대학 사회학과·하버드대 로스쿨 졸업, 변호사, 공공연대 시카고 지부장, 시카고대학병원 부원장 등 그는 전문직 여성으로서 제 길을 뚜벅뚜벅 걸어왔다.

    이게 전부라면, 기자가 귀한 지면에 미셸을 거론할 리 없다. 미셸이 기자의 관심을 끈 건 그의 솔직함과 겸손이다. 최근 출간된 ‘미셸 오바마-변화와 희망의 퍼스트레이디’(엘리자베스 라이트풋 지음, 박수연·홍선영 옮김, 부키)에 의하면, 시카고의 서민 가정에서 태어난 미셸은 프린스턴대에 입학한 후, 지독한 인종차별을 겪으며 ‘프린스턴에서 교육받은 흑인과 흑인사회’라는 논문을 썼다. 웬만하면 회피할 사안과 정면으로 부딪친 것이다. 아니 맞서 싸웠다.

    오바마와의 첫 만남은 그야말로 인연. 법률회사에 인턴으로 입사한 버락 오바마를 교육한 게 멘토 미셸이었다. 오바마가 미셸의 마음을 빼앗아 간 건, 시카고의 가난한 흑인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세상(world as it is)’이 아니라 ‘그렇게 되어야 하는 세상(world as it could be)’을 꿈꾸자”고 한 버락의 연설을 듣고부터이다. 둘은 이미 같은 고민을 하던 동지였던 셈이다.

    자신의 롤 모델이던 아버지와 친구의 사망 후 미셸은 “이게 정말 내가 시간을 바치고 싶은 일인가?”라는 진지한 고민 끝에 법률 회사를 그만두고, 사회 봉사직에 투신한다.

    대선 기간에 그는 ‘보라색 드레스’와 ‘흑백 드레스’ 두 벌로 유권자의 표심을 사로잡았다. 민주당과 공화당을 상징하는 파란색과 빨간색을 결합한 보라색은 미국의 화합을, 흑인과 백인의 결합을 상징하는 게 흑백 드레스였기 때문이다.

    정치인 아내라면 이런 이력을 자랑할 만도 할 텐데, 영부인이 돼서도 미셸은 달랐다. 그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전 미셸 오바마입니다. 시카고에 살죠. 버락이라는 남자와 결혼했습니다. 이게 다예요.”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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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julie-grenier.fr | 2016/07/29 17:35 | DEL | REPLY

만일, 당신이 비극적인 사건으로 온 가족을 잃고 혼자만 살아남았다면, 그것도 한 번이 아니고 두 번씩이나 잇따라 반복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혼자만 달랑 살아남은 세상은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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