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권하는 사회..기자와 음주문화 - 세계일보 블로그
기자사회는 과연 어떨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는 흔히 글로 먹고사는 직업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술(음주)도 빼놓을 수 없는 기자사회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술(Liguor)의 사전적 의미는 ‘알코올이 함유되어 있어 마시면 취하게 되는 음료의 총칭‘입니다. 취하게 만드는 요소는 술 속의 에틸알코올이며, 성분으로는 알코올 함량의 최저한도로써 다른 음료와 구별합니다. 나라마다 그 양은 0.5∼1 %로 다르지만, 우리나라는 주세법상 알코올 성분 1도 이상의 음료를 말하기도 하구요. 술예찬론자는 술을 ‘인간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극찬하기도 합니다.
 물론 요즘 같은 시대에 먹기 싫은 술을 강요하는 일은 대부분 사라진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자생활을 하다보면 내 자신도 모르게 늘어가는 술 실력(?)에 스스로 놀랄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이제는 사라질만도 한 폭탄주 문화가 버젓이 살아있는 곳이 기자사회기도 하구요.
 제가 아는 모 신문사 국장께서는 그러시더군요. 기자들이 폭탄주를 마시는 이유가 2가지라고..
 하나는 가뜩이나 가정생활에도 충실하지 못한 기자로서는 짧은 시간내에 많은 술을 마시면서도 술자리가 빨리 끝난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
 두번째는 어디가도 환대받지 못하는 기자들인지라 스스로 마시고 서로에게 박수쳐 주는 일도 그런대로 괜찮은 일이라고요.
 그렇다면 술을 마시는 이유는 뭘까요. 술꾼들에게 “왜 술을 먹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대답은 “글쎄...” 또는 “그냥..”입니다. 기자사회도 마찬가지여서 특별한 계기보다는 만남 그 자체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합니다.
 각설하게 술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다름아닌 5살짜리 딸아이 때문입니다.
 맞벌이인데다 매일 11시는 돼야 집에 돌아가는 우리 부부는 딸 지현이를 부모님댁에 맡겨놓고 있지요.
 때는 지난 10월 23일이었지요. 일주일만에 아이를 만난다는 기쁨도 잠시, 아빠를 처음 본 딸아이는 대뜸 저에게 달려오더니만 “너가 아빤거야? 그런거야? 사실이야?” 진짜야? 그러다군요.  알고봤더니 요즘 TV 코미디 프로에 나오는 유행어더군요.
 정말 어처구니가 없기도 했지만 아빠 역할을 제대로 하지못한 제 스스로가 미안해지면서 딸아이 얼굴 볼 면목이 없어지더군요. 이 모든 것이 술에서 비롯된 것도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고요.
 기자라는 업무성격상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주된 일이다 보니 자연스레 술자리가 많아지고 퇴근시간마저 불규칙한 것도 한 원인이겠지요. 비단 술문제는 기자라는 직업에 한정된 것은 아닐 겁니다.
 한국인의 술사랑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다고 할 정도니까요. 작은 영토와 적은 인구에도 불구, 세계 2위의 위스키 소비국가의 위치를 확고히 지키고 있으며, 극심한 경기불황에도 술소비는 비싼 위스키에서 서민들이 즐기는 소주로 옮겨갈뿐 흔들림 없는 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지요.
 제대로 아빠역할도 못하고 있는 제가 여러분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입장은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여러분! 이제는 ‘술권하는 사회’도 좋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아빠’가 돼보는 것이 어떨런지요.
 아이러니하게도 이글을 쓰는 순간에도 첫 잔의 술이 목젖을 타고 내려갈 때의 짜릿한 감촉이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요?
최근 프로야구 선수와 연예인을 포함한 100여명이 신종수법으로 병역면제 비리에 연루됐다는 소식이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것은 알고 계시죠. 이때문에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뒤편에 있는 서울경찰청에는 병역비리 수사가 시작된 이후 각종 일간지와 방송사는 물론 스포츠지 기자들이 연일 로비를 점거(?)하면서 들락거리는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번 병역수사와 관련돼 기자의 귀에 들리는 각종 웃지못할 얘기는 그 내용이 사실이건 아니건 듣는 이로 하여금 묘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1. 전 감옥이 좋아요.

 “판사님. 전 죄질이 나빠서 1년 6개월이상 살아야 합니다. 제발 더 감옥살이하게 선처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군대가야 한다구요.”
 진짜 얘기냐구요? 물론 가상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최근 불거진 병역비리 연루자들이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형을 선고받을때 군대 면제기준이 1년6개월 이상이기 때문이지요.
 과거 조폭들이 군대를 안가기 위해 검찰에 조금 더 형을 높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웃지못할 일도 있었다고 하는데 확인은 못해봤습니다.
 이때문에 병역비리에 연루된 사람중 가장 재수없는 케이스는 1년6개월 미만의 콩밥을 먹고 출소후 다시 입대해야 하는 경우라는 우스갯 소리도 들립니다.
 실제 검찰과 경찰 일각에서 떠돌고 있는 이런 얘기가 단순히 그냥 웃고 넘기기에는 씁쓸한 기분마저 드는 것도 사실이구요.
 여하튼 이번 병역비리에 연루(경찰수사에서 더 드러날 가능성도 있지만....)된 연예인 4명중 톱탈랜트인 장혁,한재석씨가 19일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조사를 받고 귀가했지요. 또 20일에는 호주에서 귀국한 송승헌씨도 경찰조사를 받았습니다.
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군대를 안가려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현행 법상 공소시효가 지난 이들은 강제적으로 끌고올 방법은 없었지요. 다만 연예인이 공인이라는 점과 군대를 안갔다는 여론이 무서워 마지못해 나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 나만의 착각일까요?

#2. 역시 인간의 능력은 무궁무진하더군요.

 군대를 어떤 수로든 안가기 위한 인간의 집념(?)은 무섭다 못해 소름이 끼치더군요.
 소변에 특수약품을 넣어 병역을 면제받는 대신 그 대가로 수천만원의 검은 돈이 오가는 신종수법이 경찰수사 과정에서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또한번 ‘돈없고 빽없는’ 서민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기도 하구요.
 1차 소변검사에서 특수제조한 약물(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날부민이라는 설도 있더군요)을 넣어 제출하면 신장이상이 나오다는군요. 2∼3차 검사에서도 이런 수법으로 이상판정을 받아내고 혹시나 병무청 직원이 화장실까지 동행하거나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사전에 ‘요도’에 이 약물을 집어넣는 집요함까지 보였다더군요.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유달리 불법으로 군대를 안갔다는 얘기만 들리면 사람들 모두 ‘때려 죽일X’ ‘돌맞아 죽일X’이라는 등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용어를 써가며 흥분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건 아마도 군대에서는 부모가 누구든, 돈이 얼마나 있든, 얼마나 배웠든 간에 누구나 계급장 밑에서는 평등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군생활이 고달프기도 했겠지만 자기 스스로가 정당한 병역의무를 이행했다는 자부심의 발로일지도 모르구요.
 아마 여러분들도, 그것도 군대를 갔다온 남자들이라면 직장에서나 동창회서나 친구를 만나서 소주잔을 기울일때마다 군대 얘기만 나오면 옆사람에게 침을 튀는 줄도 모르고 열변을 토한 것도 한두번이 아닐테구요.
 사정이 이럴진대 이번에 터진 프로야구 선수를 포함한 100여명의 병역면제 비리는 국민적 공분을 사고도 남을 일입니다.(참고로 저는 88년 5월 입대해 90년 9월 육군병장으로 제대했습니다)
 여론의 힘을 등에 업고 수사를 맡은 경찰도 고민이 있기는 있더군요. 이들중 상당수가 공소시효(병역법 3년)를 지난 경우가 많아 강제적으로 이들을 잡아올 근거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일각에서는 아예 공소시효가 끝난 병역비리 당사자의 명단을 밝혀 ‘공개망신’을 주자는 얘기까지 들립니다.
 경찰이 검찰과 협조해 공소시효를 정지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도 이런 경찰 고민의 단면이지요.

 #3. 이런 안타까운 일이.....


 이번에 경찰에 적발된 병역비리 연루자중에는 흔히 말하는 ‘골때리는’는 경우도 있더군요.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아 사법처리 대상인 비리 대상자중 일부는 굳이 돈주고 군대를 빼지 않아도 되는 사람도 포함돼있기 때문이죠.
 이들은 다름아닌 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대회 금메달리스트로 국가에서 알아서(?) 돈도 주고 병역을 면제시켜 준거지요.
 그렇지만 결국 이들은 군대를 갈까요 안갈까요? 정답은 가야 합니다.
 ‘너무 지나치면 모자란것만 못하다’는 말이 이렇게 잘 들어맞을 수 있을까요?
 참고로 법위반으로 군대를 가는 나이는 만 31세 미만은 재검후 입대를 하고, 32∼35세는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해야 합니다. 35세가 넘으면 징집면제 대상이 된다더군요.
 여하튼 공교롭게도 병풍이 한국사회에 또한차례 휩쓰는 과정에서 군대를 간다는 사실이 법원 판결에 영향을 줄 정도로 ‘중요한 일’이 돼버린 판결도 나왔습니다.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서울 남부지법 이정렬 판사 아시죠?
 이 판사는 지난 12일 경찰서 집기를 부수는 등 폭력을 행사한 한 20대 박모 피고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판결취지가 궁금하시죠.
 “박씨가 동종 범죄전력이 있어 죄질이 가볍지 않지만 반성하고 있으며, 병역 기피 풍조가 만연한 요즘 같은 시기에 현역 입대 결정을 내린 점을 높이 사겠다”는 것이 이판사의 판결취지 입니다. 그는 “군 생활을 잘 마치고 건강하게 사회에 복귀하기 바란다”는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신체건강한 남자라면 누구가 가야하는 군대지만 언제부터 이렇게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존경스러워졌는지 제 자신도 의아할 정도더군요. 더구나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돈을 써가면서 굳이 군대를 면제받으려고 할 정도로 군대가 그렇게 사람살기 힘든 곳인지도 비리 당사자에게 되묻고 싶군요.
모쪼록 유익한 정보교환의 장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