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냐 방치냐-밴쿠버통신11 - 세계일보 블로그
보호냐 방치냐-밴쿠버통신11 [밴쿠버 통신] 2007/05/31 07:04:00
트랙백 주소 :

자연보호냐 자연방치냐-밴쿠버통신11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BC) 주의 주도(州都)는 어디일까요. 밴쿠버라고 생각하시겠지요. 무지했던 저만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BC주의 주도는 밴쿠버가 아니라 인구 34만 명의 작은 도시 빅토리아(Victoria)라는 사실을 이곳에 와서야 알게 됐습니다.

 

빅토리아는 BC주 옆 태평양에 떠있는 섬 ‘밴쿠버 아일랜드’에 위치해있습니다. 밴쿠버 아일랜드는 남한의 3분의 1에 달해 섬이라고 하기에 좀 무색합니다. 도시 크기나 국제 기능면에서 보면 밴쿠버의 위상이 훨씬 높습니다만 BC주의 주도는 영국 문화가 가장 먼저 들어와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고 있는 빅토리아입니다. 분위기가 밴쿠버와는 많이 다릅니다.

 

빅토리아에는 가을부터 겨울을 거처 봄까지 비가 많이 내립니다. 하지만 5월부터 9월까지는 구름 한 점 끼지 않는 찬란한 날씨가 이어져 본격적으로 전세계에서 관광객들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정원의 도시’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도시 전체가 꽃으로 범벅이 됩니다.

 

전 세계 꽃과 나무가 한 자리에 모여있는 부차트 가든(Butchart Garden)은 대표적인 관광명소입니다. 석회암 채굴장을 부차트 부부가 1900년대 초 테마 정원으로 바꾼 곳이라고 합니다. 크게 썬큰(Sunken) 가든, 로즈(Rose) 가든, 재패니즈(Japanese) 가든, 이탈리안(Italian) 가든 등 네 부분으로 나뉩니다. 일본 정원도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어딜 가나 느끼는 일본의 저력에 새삼 또 배가 아프게 됩니다. 잠시 꽃구경 좀 하시죠.

 

 











 

이밖에 육중한 모습의 주의사당, 고풍스런 엠프레스(Empress) 호텔, 아기자기한 미니어처 월드 등 이색적인 분위기의 빅토리아는 대표적인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도시 곳곳에서 발산합니다. 벽화가 마을 전체를 장식한 슈메이너스(Chemainus), 토템 폴이 곳곳에 서있는 던컨(Duncan), 게 잡이의 본고장 나나이모(Nanaimo) 등 인근 도시는 빅토리아와 함께 관광객 유치의 막강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합니다.

 

<>BC주 주의사당

<>엠프레스 호텔


<>슈메이너스 벽화 마을

 

이쯤 해서 이제는 세계적인 관광지 빅토리아에 딴죽을 걸어봅니다. 볼 곳이 사방에 널려있는 빅토리아를 가려면 반드시 배를 타야 합니다. 도시가 섬에 있으니 당연하죠. 자동차를 500여대나 싣는 슈퍼 페리를 타고 밴쿠버에서 빅토리아까지 1시간30분 정도 바다를 가로지르는 것도 사실 정말 훌륭한 추억거리가 됩니다.

 

 

하지만 아침 7시부터 저녁 9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페리를 시간에 맞게 타는 게 상당히 번거롭습니다. 아침 7시 페리를 타려고 페리터미널에 6시30분쯤 도착해도 성수기에는 탈 수 있다는 보장을 못합니다. 7시 페리를 놓치면 8시(때로는 9시) 페리를 타야 하는데 말이 1~2시간이지 기다리는 지겨움은 병이 날 정도입니다. 물론 예약을 할 수 있지만 비용이 추가로 드는 것은 감안해야 합니다.

 


페리 이용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른이 편도 11.15 캐나다달러, 어린이가 편도 5.60 캐나다달러, 승용차가 편도 39 캐나다달러이니 빅토리아에 한번 갔다 오는 데 드는 페리 이용만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했을 때 세금 포함해서 170 캐나다달러(16만원) 정도 듭니다. 빅토리아 구경하려고 어쩔 수 없이 타야 하는 페리 이용 비용이 아깝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냥 밴쿠버와 빅토리아 사이에 해저터널을 뚫으면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고 비싼 돈을 내고 시간에 맞춰 페리를 타야 하는 번거로움도 덜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기 마련입니다. 밴쿠버와 빅토리아간 거리도 50km에 불과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니 말이죠. 이곳에서도 해저터널 건설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한 게 있습니다. 경제적인 효과 등을 감안하지 않고 오로지 자연보호에만 목숨 거는 캐나다 환경론자들의 입김은 거의 전지전능 수준이라는 걸 말이죠. 더군다나 캐나다 국민 대부분도 자연을 훼손해가면서까지 개발을 강행할 필요는 없다는데 동조하고 있어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이곳 주민들은 해저터널 보다는 불편하고 비싸도 영원히 페리를 이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강만큼 긴 강을 건너는데 달랑 다리 하나로 버티는, 자연 개발 보다는 보호에 치중하는 나라 캐나다…. 몇 달 이 나라를 경험한 제 눈에는 아직 이 나라의 자연 보호가 애꿎게도, 제가 생각해도 좀 어이없게도 기술력과 자금 부족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자연 방치의 핑계로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엄청난 자연에 압도당해 생각할수록 부럽고 배가 아파 ‘자연 보호’를 한낱 배부른 소리쯤으로 여기고 오로지 ‘빨리 빨리’에 익숙한 제 자신을 애써 합리화하려 하기 때문이겠죠…. 이상혁기자 next@segye.com

 

(2007년 5월30일)

댓글(15) l 트랙백(0) l 스크랩
넌 나 안 죽일거지?-밴쿠버통신10 [밴쿠버 통신] 2007/04/20 11:22:00
트랙백 주소 :

넌 나 안 죽일거지?-밴쿠버통신10

 

“넌 나 안 죽일거지?”, 한국사람들 너무 무섭다”

 

전세계 곳곳에서 이민자들이 끊이지 않고 찾아 드는 나라 캐나다는 다민족 다문화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그 체제를 발판으로 각 민족의 힘을 모아 국가 발전을 꾀하는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제가 머물고 있는 밴쿠버, 특히 UBC(유니버시티 오브 브리티시 컬럼비아)에서도 길을 걷다 보면 유럽계, 아시아계, 아프리카계 사람들이 새삼스럽지도 않게 곁을 스쳐 지나갑니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살다 보니 이 나라에서 가장 큰 죄 가운데 하나는 인종차별 발언과 행동입니다. 그런 만큼 인종간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모습입니다.

 

그런 나라의 초등학교에서 백인은 물론 중국계, 인도계, 아프리카계 학생들이 한국인 학생한테 “You will not kill me, huh?”(넌 나 안 죽일거지?)라는 섬뜩한 농담을 한다는 게 상상이 됩니까? 천진난만해야 할 아이들이 심지어 “Koreans are too scary.”(한국사람들 너무 무섭다)라는 인종차별적인 발언까지 한다면 그런 말을 한 학생을 상대로 당장 소송이라도 걸어야 할 판 아닐까요? 믿기 어렵겠지만 현재 밴쿠버의 초등학교에서조차 이런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철부지들이 너무 어려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려니 하고 그저 넘어갈 수 없는, 지금 타국에 살고 있는 한국사람들이 모두 느끼고 있는 기분은 ‘처절’과 ‘참담’ 그 자체입니다.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 뉴스로 연일 도배를 하고 있는 캐나다 현지 신문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은 사망자의 숫자만큼이나 범인이 교포학생이라는 점에서 더욱 경악을 감출 수 없게 합니다. 전 세계에서 억울하게 사망한 사람들을 애도하는 물결이 일고 있는 가운데 특히 타국 땅에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 아둥바둥 살고 있는 한인들이 받은 충격은 메가톤급입니다. 사건이 발생한 미국의 바로 이웃 나라인 캐나다의 한인사회도 경악 속에 지진이 난 듯 술렁대긴 마찬가지입니다. 현지 신문과 방송은 연일 이번 사건을 경쟁적으로 다루면서 범인이 한국 출신이라는 점도 누차 강조하고 있습니다.

 

 

<>방송에서도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은 단연 톱뉴스 

 

9.11 사태 이후 이슬람 민족을 상대로 보복 테러가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무심코 걷는 길에서 혹시 테러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게 요즘 한국 사람들의 솔직한 불안감입니다. UBC의 한 한국인 비지팅 스칼라는 이번 사건의 범인과 성이 같은 ‘조’씨라는 것조차도 불안하다고 합니다. 신용카드를 쓰고 사인을 할 때 ‘CHO’를 읽기 힘들 정도로 흘려 쓰게 된다고 하소연합니다. 이 같은 일을 그저 웃고 넘길 수 없을 만큼 이번 사건으로 한인들의 이미지는 큰 손상을 입었습니다. 강의실과 길거리, 산책로에서 만나 따뜻하게 인사하던 사람들의 눈길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얼어붙은 듯 합니다.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보복테러가 두려워 아예 짐 싸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현지 유학원과 여행사도 북미의 유학 및 여행산업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 미국 교포학생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은 전 세계 한국인의 자존심을 짓밟아버렸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어린 아이들의 가슴에도 슬픈 굵은 못을 박아버렸습니다. 이상혁 기자 next@segye.com

 

(2007년 4월19일)

댓글(4) l 트랙백(0) l 스크랩
흰 페인트 뒤집어쓴 바위-밴쿠버통신9 [밴쿠버 통신] 2007/03/27 04:52:00
트랙백 주소 :

흰 페인트 뒤집어쓴 바위/팻말만 꽂으면 관광지(2)-밴쿠버통신9

 

 화이트 록(White Rock)…. 어감이 좋습니까? 뭔가 그럴듯하게 들리죠? 바위 색이 흰 색이라, 그것 참 신기하구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밴쿠버 시내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남동쪽으로 1시간 남짓 차를 달리면 바닷가에 위치한 유명한 화이트 록 이라는 지역이 나옵니다. 이 지역은 주로 은퇴한 부자 노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라 동네 자체가 굉장히 깔끔하고 조용합니다. 이곳 역시 수많은 캐나다 관광안내 책자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감초입니다.

 

 이름도 그럴듯하게 들리고 관광안내 책자도 설명에 지면을 과감히 할애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 곳 방문을 필수로 여기게 됩니다. 화이트 록이 있는 바닷가 입구에 들어서면 많은 카페와 기념품 판매점, 그리고 유구한(?) 역사를 설명하기 위한 박물관이 관광객을 맞이합니다. 흥분되기 시작하죠. 얼마나 대단하고 놀라운 바위일까.

 

 조금 더 들어가면 바닷가 수km를 잔디로 뒤덮은 산책공원이 파란 바다색과 조화를 이루면서 한 폭의 멋진 수채화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변 잔디밭을 걸으면서 찾아가는 화이트 록.여기가 천국이라는 느낌이 절로 듭니다.

 

<>바닷가를 따라 이어진 잔디공원
 

그런 느낌이 최고조에 이를 즈음, 잔디공원 산책로가 끝남과 동시에 느닷없이 눈앞에 커다란 바위가 두둥실 등장합니다. 허옇습니다. 덩치 큰 바위가 흰 색 페인트를 온 몸에 뒤집어 쓰고 모래밭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어 뭔가 어설픕니다. 하얗다는 표현이 무색합니다. 허옇습니다. 아니 허여멀거스름 합니다. 바위 색이 허여멀거스름 하니까 정말 언밸런스 합니다. 순간 드는 생각은 ! 사기다였습니다. 바닷가 모래밭 위에 큰 바위(높이 3m, 둘레 10m) 하나 갖다 놓고 온통 흰 페인트를 뒤집어 씌워 놓고 그럴듯한 이름 하나 붙여놓은 국가가 나선 사기극에 속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허여멀거스름한, 말 그대로 '화이트 록'
 

하지만! 분개한지 5분이 채 못 지나 묘한 느낌이 새록새록 들기 시작합니다. 주변의 곱디 고운 모래와는 전혀 상관없고 어울리지도 않는 거대한 화강암이 이 곳 해변에 덩그러니 놓여있다는 게 생각해보니 재미있다는 느낌 말입니다. 안내 책자에는 이렇게 써있습니다. 오랜 옛날 고산지대의 화강암 암벽에서 떨어져 나온 이 바위가 빙하에 실려 오랜 세월 흘러 내려오다 멈춘 게 이곳이라는 설명입니다. 전설도 있습니다.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한 코위찬 족의 추장 딸과 바다신의 아들이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결정하기 위해 커다란 돌을 바다에 던졌는데 바로 이곳에 바위가 멈췄다고 합니다. 그 후 이를 기념하기 위해 돌에 하얀 칠을 했다는 겁니다.

 

<>지역경제 유지의 효자, 흰 (페인트 뒤집어쓴) 바위
 

 이 바위 하나 보려고 한해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이 지역을 찾는다고 합니다. 바위를 보고 산책로를 걷고 음식과 아이스크림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기념품을 구입하는데 지출하는 비용이 부자 동네로 소문난 이 지역 지방자치단체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하니 흰색 페인트를 뒤집어쓴 바위 하나가 얼마나 대단한 역할을 하는지 놀랍기만 합니다.

 

자연의 덕을 톡톡히 보면서 세계에서 경제 선진국 대접을 받는 캐나다. 직접 그 자연을 찾아보면 정말 경이롭고 부럽기 그지없지만 때로는 별거 아닌 하나 하나를 잘 포장해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어내는 이곳 사람들의 재주도 경이롭고 부럽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캐나다의 내로라하는 관광지는 하나같이 모두, 한번 찾은 후에도 꼭 다시 찾지 않고는 못 버티는 묘한 마약 같은 중독성이 강한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계속 눈앞에 아른거리고 뭔가 빠뜨리고 온 것이 있는 듯한 불안감이 장기간 계속 됩니다. (To be continued…) 이상혁 기자 next@segye.com

 

(2007년 3월26일)

댓글(6) l 트랙백(0) l 스크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