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대통령과 이명박 서울시장의 '괜찮은 만남' - 세계일보 블로그

“이명박 시장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노무현 대통령) “노 대통령의 지원이 성공적인 공사 착공의 힘이 됐다.”(이 서울시장) 지난 1일 열린 청계천 새물맞이 행사에서는 대통령과 서울시장이 청계천 성공의 ‘공(功)’을 서로에게 돌리는 보기 좋은 장면이 연출됐다. 야당 시장으로 정부의 행정중심복합도시 추진에 대해 “분할은 이전보다 더 나쁘다”며 비판한 이 시장이나 “시민 세금으로 복원하는 청계천을 대선 전략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성토해 온 정부 여당의 시각에서 보면 이날 발언들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시장은 이날 착공 전 노 대통령이 “(찬반 양론이 있었지만) 추진이 결정된 만큼 사업 성공을 위해 협력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고, 노 대통령은 이에 목례로 답했다. 노 대통령도 “정말 수고했다” 며 이 시장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동안 복원을 앞두고 시 안팎에서는 말들이 적지 않았다. 노 대통령이 야당 대선후보의 치적인 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 나왔고,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또 시와 정부는 그동안 불편한 관계가 계속됐다. 이 시장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군청수준’ ‘강남 아줌마보다 못하다’고 몰아 세웠고, 청계천 비리 수사를 놓고는 ‘흠집내기’라고 발끈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청계천은 비리와 정치에 오염된 물”이라며 쏘아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두 지도자가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모습은 시원스럽게 흐르는 청계천만큼이나 보기 좋았다는 게 한 참석자의 말이다. 합수(合水) 행사에서 8도 물이 청계천에서 하나됐듯이 지도자들이 화합의 새 물길을 열기를 기대한다. 박태해 전국부 기자pth1228@segye.com
청계천 주변 재개발 비리의혹 사건이 검찰과 서울시의 정면대결로 치닫는 양상이다. 지난 6일 양윤재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체포될 때만 해도 “검찰수사를 지켜보겠다”던 서울시는 나흘 뒤인 10일 기자회견을 자청, 검찰 수사내용을 반박했다. 나아가 “부시장을 체포하면서 서울시장에게 통보하지 않은 것은 ‘무례’”라고 공세까지 취했다.

이명박 시장도 11일 강력 대응으로 나섰다. 이날 광주 강연에서 ‘오해받을 수사’ 등의 표현으로 검찰 측을 겨냥한 것이 이런 맥락이다. 수사 방향에 대한 의구심을 토대로 위기대응에 나서는 기미가 역력하다.

현재로선 공이 어디로 구를지 예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시장이 그간 앞만 보고 달리느라 집안단속을 등한시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구심만은 떨쳐버리기 힘들게 됐다.

김병일 시 대변인은 구속된 김일주 전 한나라당 지구당위원장이 지난해 무작정 찾아와 이 시장을 만났다고 해명했다. 건축업자 길모씨는 방송기자의 소개로 면담했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서울시장실의 문턱이 과연 그토록 낮은가. 많은 시민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또 실제로 그랬다면 시장 보좌기능에 문제가 적지 않다는 풀이도 가능한 국면이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부터 각종 대형사업과 관련해 “○○간부가, ○○직원이 연루됐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던 점도 유념할 대목이다. 시 내부의 자정기능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는 상당수 시민들에게는 특정사업의 성패보다 공직사회의 자정능력이 오히려 더 큰 관심사라는 사실을 이 시장은 알아야 한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지난 10일 김병일 서울시 대변인을 내세워 청계천 주변 재개발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 ‘더 이상 밀려서는 안 된다’는 이 시장 진영의 수읽기가 읽혀진다. 더욱이 이날 해명에는 이 시장이 구속된 김일주 전 한나라당 위원장과 부동산개발업체인 ㈜미래로RED사 대표 길모씨를 지난해 각각 만났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공이 앞으로 어디로 구를지 모를 국면이란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검찰과 이 시장 측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하는 감도 없지 않다.

◆이 시장이 길모씨와 7∼8분 면담했다=양윤재 부시장에게 억대의 돈을 건넨 사실을 폭로한 길씨는 지난해 4월 26일 오후 5시쯤 이 시장과 짧게 면담했다고 김 대변인은 이날 밝혔다.

당초 모 방송국 기자가 이 시장 측에 먼 친척과 함께 면담을 하고 싶다고 요청해 일정이 잡혔으나 약속 당일 기자는 오지 않고 길씨만 나타나 시장이 잠깐 만났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이 만남 자체도 이 시장이 기억을 하지 못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길씨와의 관계를 전면 부인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김 전 위원장과의 관계=검찰조사 결과 김 전 한나라당 성남중원지구당 위원장은 그동안 이 시장과 고려대 동문이자 같은 당원이라는 점을 내세워 각별한 친분을 과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 전 위원장이 면담 알선을 대가로 무려 14억원을 챙긴 만큼 그와 이 시장과의 관계를 집중조사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이에 “김씨와 시장과는 개인적으로 알지 못한다”며 “그가 수차례 전화로 시장 면담을 요구했으나 비서실에서 신뢰성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판단돼 면담을 거절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대변인은 “김씨가 지난해 2월 약속 없이 무작정 시장실을 찾아와 시장과 한차례 면담을 했으나 재개발사업이나 고도제한에 관한 얘기는 없었고 지구당 모임에 시장의 참석을 요구해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도 이날 “같은 학교 동문이 25만명이 넘는다”며 “청와대와의 친분을 내세워 사기행각을 벌이는 사람이 있을 때마다 대통령을 조사하지는 않는다”고 항변했다.

◆고도제한 완화 특혜의혹=검찰이 주목하는 대목은 지난해 8월 중구 삼각동·수하동 5번지 일대 ‘을지로 2가 제5지구 도시환경 정비구역’ 고도제한 완화의 속사정이다. 을지로 2가 정비구역은 청계천 개발의 핵심지역으로 길씨의 전방위 로비로 지난해 8월 기존 고도제한인 90m가 110m로 완화되고 용적률 역시 600%에서 1000%로 대폭 완화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시장의 연루 의혹이 돌출될 수 있는 대목으로 앞으로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김 대변인은 “고도제한 완화는 8월 확정됐지만 지난해 2월 청계천 관련 토론회에서 이미 공표됐던 내용”이라며 “건축업자 길모씨의 로비에 의해서가 아니라 시의 도시계획 방침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양 부시장의 60억원 또는 부시장 약속 진술은=검찰은 영장에서 “양 부시장이 청계천 복원사업에 대한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대가로 이 시장으로부터 60억원이나 부시장 자리 중 한가지를 약속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대변인은 이에 “청계천 복원 아이디어는 이 시장이 1998년 미국 체류 때 착안한 것이며, 양 부시장은 이를 시장선거 공약으로 채택하는 과정에서 열린 세미나에 전문가 11명 중의 한 사람으로 참가했기 때문에 이는 어불성설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양 부시장도 실질심사에서 “청계천사업이 60억원의 수익이 날 것이라고 말한 것이 와전됐다”며 검찰 주장을 부인했다. 이 시장 역시 “코미디”라고 일축한 바 있다.

◆이 시장, “시련과 고통마저도 감사하게 받아들인다”=이 시장은 이날 오후 한국기독실업인회 광주·전남연합회 주최로 광주 무등파크호텔에서 열린 강연회 도중 “청계천 복원사업에 대해 요즘 말이 많다”며 “호사다마인 줄 알지만 그 시련과 고통마저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잠시 오는 시련과 고통은 편법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며 “그 속에서 더 큰 축복이 내릴 줄 믿는다”고 말해 청계천 복원사업과 관련한 파문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 시장은 그러나 1시간남짓 이어진 강연 내내 주로 자신의 어머니와 신앙·학교생활·광주와의 인연 등으로 화제를 국한시키면서 청계천 복원사업과 관한 언급을 자제하려 애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