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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특별한 경험,할로윈데이 [잡동사니]
 애초 아이들에게 우리 것도 아닌 서양 행사를 굳이 알려줄 필요가 있겠느냐고 생각했다. 발렌타이데이니 화이트데이니 하는 게 모두 부질없다고 여겨온 나로서는. 강남 영어학원에서는 아이들이 할로윈 복장을 하고 놀이를 한다는 아내 말도 "우리 애들은 보낼 일 없다"고 넘겼다. 국내 가족에 우환까지 있어 편안한 생활을 즐길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다른 국내 가족들에게 미안할 뿐이고.
 옆집 아주머니가 문 앞에 호박과 허수아비를 내놓고 그 옆집이 앞 마당 나무에 거미줄을 치고 호박귀신을 만들어 놓을 때만 하더라도 아이들에게도 아무 동요가 없었다. 하지만 요 며칠새 학교에 갔다오면 할로윈 얘기를 했다. "학교에서 할로윈 데이 비디오를 봤는데 친구들이 모두 들떠있다"면서.
 처음에는 집 앞에 거미줄만 쳐놓고 호박 바구니만 사주면 끝날 걸로 기대했다. 그러나 "무섭지 않으면 사탕을 주지 않는다"느니, "처음이자 마지막 할로윈"이라느니 하면서 압력을 행사하는 아이들에게 결국 굴복당했다.
 "뭐. 이 것도 경험일텐데..."라는 생각에 할로윈 데이를 이틀 앞둔 29일에야 월마트에 가서 복장을 사줬다. 큰 아이는 스타워즈 다스 베이더 가면과 복장을, 둘째는 해적 복장을 택했다. 그나마 큰 애는 베이더 복장이 너무 꼭 끼어 하루 전 다른 걸로 바꿨다.
 아이들이 그냥 옆 집 한 두집을 돌며 사탕을 얻어오는 정도로 생각했다. 11월6일 실시되는 이 곳 채플힐 시장 선거에 출마한  미국인 친구 집(이 얘긴 나중에 소개할 기회가 있을 듯)에 자원봉사를 갔다가 할로윈 데이 얘기를 하면서야 "해꼬지 당할래? 한 턱 낼래?"라는 뜻의 "Trick or Treat?"라는 말도 알았다. 그 친구는 우리 아이들이 자기 아이들과 함께 할로윈 데이 때 'Trick or treating'을 하면 어떻겠냐고 했다.
 미국 아이들이 할로윈데이를 얼마나 기다렸던지 오후 4~5시 축구교실은 이번 가을 시즌 마지막 연습시간인데도 썰렁했다. 평소의 10분의 1이나 나왔을까. 다들 집에서 할로윈 복장을 입고 분장을 하느라 축구교실은 뒷전이었던 모양이다.
 미국인 아이를 따라 나선 우리 두 아들은 처음에는 주뼛주뼛 익숙지 않았다. "Trick or treat?"라는 말도 거의 못하고. 헌데 금세 아이들 발걸음이 빨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젠 자기네가 앞장 서서 불켜진 집 쪽으로 뛰어갔다.(사탕이 떨어졌거나 할로윈데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집에서는 불을 꺼둔다)
 생각했던 것 보다 특별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오후 6시부터 8시분까지 동네 곳곳을 돌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아이들 이름과 학교를 일일이 묻는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외출 하려다가 아이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집앞 우체통에 사탕을 넣어놓고 가는 젊은 부부, 우리 아이들이 'Trick or treating'에 나설 수 있을지 걱정했는지 자기가 보호자로 나설 그룹에 두 아들을 함께 데려갈 수 있다고 한 근처 미국인 이웃.....
 미국인들의 사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잘 못하는 영어로 미국인 친구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 것도 좋았다.
 아이들도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하나 만든 것 같다. "Trick or trick"이라는 말도 이제는 잊지 못할 것이다.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사탕을 주기 위해 혼자 집을 지킨 아내도 특별한 경험을 했다. 사탕 준비량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 탓에 곧 바닥을 드러내 아내는 남은 사탕만 바구니에 담아 현관에 놓아두고 불을 꺼놓고 있었다고 한다.
 미국인 친구는 "아마 사탕회사들이 할로윈데이를 가장 좋아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 두 아이가 두시간을 돌아 받아온 사탕은 정말 어린이 한 명이 몇달은 소비할 만한 분량이다.
 몇시간 만에 나는 "그래도 할로윈 데이는 보니까 옆집들을 돌면서 누가 사는지 서로 얼굴을 익히고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하는 내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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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at 2007/11/01 13:16:00 댓글(5) l 트랙백(0) l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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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 2007/11/28 10:10 | DEL | REPLY

동영상까지 올리시다니...^^ 대단하시네요.
아이들이 현지에 잘적응하고 있는 것 같네요. 보기 좋습니다.
형수한테도 안부전해주세요.
저도 뉴스가 하나 있습니다.
저도 내년에 선배 귀국할 때쯤 둘째를 낳게 될 것 같아요~~~^^
박진우 | 2007/11/13 20:16 | DEL | REPLY

연고전때 신촌 술집을 돌며 술 얻어먹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ㅋㅋ

재밌는 글 읽고 갑니다. 건강하세요.
박희준 | 2007/11/08 12:07 | DEL | REPLY

두 류선배 국내 생활 적응은 어떠셨는지요....짐 푸는데 3개월 짐싸는데 3개월이라는데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재밌게 지낼려고 합니다.
국내에 계신 가족 수술도 잘 돼서 걱정도 덜었고요...^^
류영현 | 2007/11/06 15:49 | DEL | REPLY

시월 마지막날 애들이 사탕을 얼마나 거둬 왔던지. 한달은 먹었을 거야. 이빨에도 문제가 생기고. 미국도 인심이 갈수록 야박해진다고 하던데. 로스캐롤라이나 더럼은 안그런지 모르지만. 온가족이 외국에서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보낼수 있는 절호의 시간인데 즐겨라.아직도 시간은 많다.
류순열 | 2007/11/06 10:01 | DEL | REPLY

벌써 1년이 흘렀네. 애들 데리고 할로윈 데이에 스티븐 칼리지(미조리 콜럼비아의 여대) 기숙사를 층층이 돌며 사탕이며 초코렛 한아름 받던 때가 아른거리는구만. 시간 무지 빠르지? 이제 슬슬 귀국 준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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