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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경험해 본 선거운동 [미분류]
 “너니까 얘긴데, 선거 푯말에 내 얼굴 사진을 집어넣을 생각이야. 어때? 그러면 유권자들이 내가 이상하게 생긴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겠지?”
 지난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 Chapel Hill 시장 선거에 출마한 친구 케빈 울프 Kevin Wolff가 밝힌 선거운동 비책이었다. 뭔가 거창한 전략을 소개할 줄 알았는데......
 시장 선거에 출마한 이유도 한국에서 듣던 정치인들의 그 것과 달랐다.
 “지금이라도 누군가 시장 후보로 나선다면 난 사퇴할 생각이다. 시민들에게 대안을 주기 위해 출마했기 때문이다. 단독 후보가 나서 4선에 성공한다면 독재나 다름없어.”
“깨끗한 정치를 펼치겠다”, “머슴처럼 유권자를 위해 일하겠다”, “정치를 개혁하겠다” 등등의 그 것처럼 거창하지는 않지만, 그 친구가 출마한 이유는 뚜렷하고 분명하다.
 
그는 정치라고는 해본 경험이 없다. GM에서 13년간 엔지니어링과 회계, 관리 업무를 하다가 변호사로 전직해 특허전문으로 활동해 온 그이다.
 그렇다고 채플힐 지역기반이 탄탄한 것도 아니다. 몇 년전 버지니아주에서 이사해 왔기 때문이다.
 
2005년 출마했을 때에도 같은 이름을 쓰는 현 시장 케빈 포이 Kevin Foy에게 4289표(77.78%) 대 1178표(21.36%)의 압도적인 표차로 낙선했다.

 조용한 선거, 소박한 선거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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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친구 케빈의 선거운동을 도와주면서 미국 지방선거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소도시 시장 선거라서 그런지-그렇더라도 채플힐이 속한 오렌지 카운티 내 세 도시 시장과 커미셔너, 교육위원회를 뽑는 선거였다-분위기가 소란스럽지 않고 혼탁한 모습도 없었다.
 
채플힐에서 선거가 임박했음을 알려주는 건 시내 주요 도로변에 세워진 작은 후보 캠페인 푯말이 고작이다. 전지 반장 크기의 푯말에는 후보자 이름과 후보가 출마한 직책 정도가 적혀 있을 뿐이다. 지역신문인 채플힐뉴스에 가끔 후보들에 관한 소식이 실리기는 하나 주목을 끌 만한 크기로 소개되지는 않는다.
 
케빈의 선거운동을 보면 시장 선거운동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주요 도로 주변에 푯말을 세우고 시내 중심가에 서서 또는 집집을 돌아다니며 A4 반쪽짜리 홍보물을 나눠주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우편물을 보내는 게 고작이었다.
 
특히 후보자는 미리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비용으로 3000달러를 넘길지, 아닐지 신고하는데-3000달러를 넘으면 나중에 회계보고를 해야 한다-그는 3000달러 이하만 쓰겠다고 신고했다. 특허전문 변호사로서 버지니아주에 사무소까지 두고 있어 경제력도 상당히 있는 친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교 총학생회 선거도 300만원으로는 어림도 없을 일이다.
 
유권자에게 보내는 편지 5600장을 접고 봉투에 넣어 스탬프를 찍고 우표를 붙이는 일도 그의 아내와 두 아들, 그리고 우리 식구 네 명이서 했다. 이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들어 3000달러 미만으로 신고한 걸 나중에 바꿔야 했다.

 하루는 그와 함께 채플힐 팀버라인 Timberlyne 지역을 한나절 돌아다녔다. 유권자들을 만나 홍보물을 나눠주면서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내게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받아온 유권자 등록명부를 한 부 건네줬다. 거기에는 유권자 이름과 주소, 소속당, 이전 선거 투표 여부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그날 케빈과 난 200가구 이상을 돌아다닌 것 같다.
 
투표일이 임박하자 그는 조만간 유권자들에게 선보일 새로운 게 있다고 했다. 나름대로 신선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던지 “Between you and me"라며 잔뜩 뜸을 들인 게 바로 앞에서 말한 얼굴사진이 들어간 푯말이었다. 우리나라 선거벽보나 공보물에는 오른손을 펴서 내밀거나 주먹을 불끈 쥐거나 두 손을 삼각형으로 모은 그런 사진을 집어넣는 게 상식인데 아직까지 미국에서는 ‘Elect Kevin Wolff MAYOR’ 정도의 글귀만 써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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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의 정파성은 익히 알려진 바이다. 케빈도 언론의 정파성에 대한 불만을 늘어 놓았다. 채플힐뉴스는 시의 지원을 받는 신문인데, 자신에 대해서는 악의적인 기사만 내보내면서 노골적으로 현직 시장 편을 들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채플힐뉴스를 읽어보면 실제로 그랬다. 신문은 후보들을 소개하는 글에서 현직 시장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써놓고서는 도전자에 대해서는 ‘질문을 보냈으나 답변을 해 오지 않았다’고만 소개해 놓는다. 그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자신에게 질문을 보내오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각 후보의 선거비용에 대한 기사에서는 케빈의 캠페인 푯말을 노스캐롤라이나가 아닌 버지니아주에서 제작해 오면서 얼마를 들였다는 식으로 적시해서 케빈이 토박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식으로 현직 시장 편을 들었다.
 
케빈의 노력에도, 그리고 나의 작은 도움에도 11월6일 실시된 선거에서 그는 2005년에 이어 다시 낙선했다. 케빈 울프 1803표(29.20%) 대 현직 시장인 케빈 포이 4333(70.17%). 투표율이 15% 안팎으로 매우 낮다 보니 고정표가 견고한 기성 정치인이 유리할 수 밖에 선거전이었다.
 
하지만 그는 선거과정에서 자기 얘기를 충분하게 했다면서 낙담하지 않았다. 지난 선거에 비해 득표율이 8%포인트 가량 올라 30% 가까이로 끌어올린 자체에 만족했다.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경험

 미국 사회에서 우리같은 외국인은 항상 객체일 수 밖에 없다. 누군가 말이라도 걸어오면 언어에 대한 부담감에 움츠려들기 십상이다. 하지만 케빈의 선거운동을 도와주면서 주체로서 색다른 느낌을 가졌다. 영어실력을 떠나 친구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려면 어떻게든 유권자에게 다가가야 했기 때문이다.
  "Kevin Wholff for Mayor"라면서 다가서는 내게 보인 미국인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본체만체 지나가거나 슬쩍 피해가는 사람, 정당 선거가 아닌 시장 선거인데도 소속 정당을 물어보는 사람, 내 친구를 찍겠다는 사람, 자기는 민주당원인데 공화당원은 찍지 않겠다는 사람 등등. 투표권을 가진 한 교포 미국인 부부도 만났다.
 미국의 지방 선거문화를 살짝 맛보면서 외국에서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활동해 보는 좋은 기회였다.

posted at 2008/08/06 09:15:00 댓글(0) l 트랙백(0) l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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