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사도 형평성 따지는 게 실용? - 세계일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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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사도 형평성 따지는 게 실용? ["궁시렁 궁시렁"]

지난해 촛불사태 당시도 그랬지만 국민정서와 밀접한 정부 판단은 참 딱할 때가 많다. 이게 정말 이명박 대통령이 내린 결정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아님 이 대통령이 믿고 맡긴 참모들이 알아서 한 것인가. 주체가 누구든지 간에 어쨌든 판단과 결정의 결과가 국민들을 염장 지르는 쪽으로 흐른다는 게 문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때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추도사를 해주도록 유족 측이 요청하고 DJ도 기꺼이 수락했음에도 정부가 거절했다. "김영삼, 전두환 전 대통령 등 영결식에 참석하는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고, 의전관례상 전례가 없다"는 이유를 댔다.

 

"에~이 솔직해져라. 그게 이유가 되냐"는 게 그 딱한 소식을 접한 국민들의 보편적 기류다. 시민들은 추모행사를 열겠다며 요청한 서울시청 광장 개방을 거부한 속내와 다를 바 없다고 볼 것이다.

 

굳이 형평성을 따져 김영삼,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추도사를 권했다면 두 사람은 난감했을 것이다. '미쳤니. 노간지와 우리 사이를 국민들이 다 아는데 추도사하러 나섰다가 계란 맞을 일 있니' 심정으로 손사래를 치자 않았을까. 

 

노 전 대통령의 그 짧은 유서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글귀는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였다. 그 역시 생전에 숱한 정적이나 반대진영과 싸우고, 억울하게 당한 일도 많았겠지만(그로 인해 억울하게 당한 사람들도 물론 있다.), 그래서 피를 토하며 할말도 많았겠지만 모두 안고갔다. '삶과 죽음이 모두 한 조각'이란 깨달음으로 남은자들은 서로 원망말고 보듬고 가라는 메시지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추모행사와 영결식을 통해, 고인이 가시는 마지막 길에서 정파와 계급, 계층, 지역, 이념을 가리지 않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하나되는 그림을 그렸어야 하지 않는가. 그게 거의 모든 국민들의 여망일 터.

 

그런데 서거 당일부터 발빠르게 서울광장과 시민분향소를 시커먼 경찰병력과 전경버스로 가득 에워쌌다. DJ의 추도사도 불허했다. 온 국민의 여망과 다른 정부 판단이 귀에 들려올 때마다 차분한 사람들도 괜히 화가 치민다. 추도사도 형평성을 따지는 게 실용인가. 왜 이렇게 우리 정부가 자신이 없는 것일까. 경찰력에 의존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정부인가. 못미덥고 혀만 끌끌차게 된다. 지난해 촛불에 데인 뒤로 깨달음은 없이 외상후 장애만 심각해진 것은 아닌지. 

posted at 2009/05/28 16:00:00 댓글(0) l 트랙백(0) l 스크랩
저분양가로 고출산을? ["궁시렁 궁시렁"]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제9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자녀가 3명 이상인  다자녀 가구에 주택분양 우선권을 부여하고, 분양가도 낮추며, 임대주택 우선공급 방안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한다.

 

이 대통령이 저(低)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방증이다. 반갑게 들려야 하지만 대통령이 던진 해법에 고개가 갸웃해진다. 저출산의 핵심 원인을 '내집이 없어서 아이를 넉넉히 낳지 못한다'로 본 것은 아닌지. 그렇게 보고를 받았든 어떻든 대통령의 생각이 정말 그렇다면 문제의식이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고 본다.

 

젊은 부부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는, 낳더라도 한 명에서, 최대한 두 명에서 그치는 이유는 양육과 교육 부담이 가장 크다. 맞벌이가 대세인 세상에서, 저렴하면서도 안전하고 훌륭한 환경의 공보육 시설은 어린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정말 절실하다. 그러나 현실은? 말하기가 부끄러울정도로 암담하다.

 

부모나 형제 등 양육을 부탁할 가족이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대부분 적지 않을 돈을 들여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찾거나 그 마저 어려운 부부는 한 쪽이 직장을 관둬야 한다. 둘이 벌어도 살아나기가 팍팍한 세상에서 외벌이로 산다? 삶의 질을 모두 포기하면서? '차라리 안낳고 말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지 않나. 애국심으로 호소하고, 이기적이라는 비난으로 나무랄 수만 없다.

 

교육부담은 또 어떤가. 공교육은 사형선고를 받기 직전인데 갈수록 경쟁을 부추기다보니 아이들은 죄다 사교육 시장에 내몰리고 있다. 사교육비 때문에 부모 등골이 금세 휜다. 아이를 한명이라도 낳아서 잘 키우고 가르치는 것도 대단한 애국인 셈이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둘도 적으니 셋 이상 낳아라? 집 싸게 분양해줄테니까? 

 

공짜로 안락한 보금자리를 주는 것도 아니고, 누가 분양가 좀 낮춰준다고 셋을 낳겠는가. 전세 산다고 아이를 안낳는게 아니잖은가. 끔찍한 양육, 교육환경의 개선 여지가 난망인 상황에서 다짜고짜 '아이 셋=저렴한 분양가'로 꼬드겨선 안된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서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저출산 해법의 길이 보일 것이요, 그 때는 추진 의지만 필요할 뿐이다.   

 

posted at 2009/02/27 18:08:00 댓글(0) l 트랙백(0) l 스크랩
'교육어수룩부'가 낫겠다. ["궁시렁 궁시렁"]

참 한심하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또 한편의 코미디를 만들어냈다라고 밖에. 비판론자나 단체들의 "학교 서열화" "사교육 조장" "학습부당 가중" 등 부작용 우려에도 불구하고 교과부가 학업성취도 평가를 호기롭게 밀어붙일 때 일단 지켜봤다. "공교육의 질 강화"라는 교과부의 주장을 속는셈치고 믿어보자는 생각에. 

 

그러다 학생과 학부모 의견을 수렴해 일제고사를 거부한 교사 몇명을 가차없이 내칠 때 '이건 아닌데'했다. 국가시책을 따르지 않았으면, 그래도 교사인데, 주의나 경고 조치부터 하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을 때 잘라야 않는가. 

 

그토록 무식하게 단호했던 교육당국이 "자 봐라"하면서 지난 16일 내놓은 학업성치도 평가를 내놓았다. 전북 임실지역 초등학교가 단연 돋보였다. 이 지역 초등 6학년생 기초학력 미달비율이 사회, 과학, 영어 등 세 과목에서 '제로'라는 것. 교과부는 임실지역 초등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전국 최상위권이라고 발표하고 이를 별도의 보도자료에 담아 '공교육 우수사례' 적극 홍보했다.
언론에서도 임실을 '공교육 1번지', '강남을 이긴 시골학교' 등으로 극찬했다. 

 

그런데 왠걸, 알고보니 허위 보고란다. 이 지역의 초등 6학년생 기초학력 미달비율은 사회, 과학, 영어 등 세 과목에서 '제로'인 것으로 발표됐으나 알고보니 그게 아니란다. 한마디로 어처구니 없다. 공교육 강화가 아니라 공교육의 신뢰도를 더욱 깎아내린 꼴이다. 어수룩하기 짝이 없으니 교과부 무용론에 더 힘을 싣는 근거만 덧댓다.

 

평가대상 학생이 196만명이나 되고 학교 자체 체점이라니 대충 대충 할 게 아니었다. 평가의 신뢰도와 공정성을 담보할만한 사전장치, 사후 확인절차는 기본 아닌가.
    

posted at 2009/02/19 17:17:00 댓글(1) l 트랙백(0) l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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