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언니 냉장고에 있는 감자, 양파에서 싹이 나네?” 자취를 하고 있는 박모씨(28)는 얼마 전 동생으로부터 핀잔을 들었다. 보통 독신자·자취생들은 박씨처럼 요리를 한다고 재료를 샀다가도 썩고 상할 때까지 냉장고며 찬장에 처박아 두는 바람에 그냥 버리게 되기 일쑤다. ‘너무 어려워’ ‘번거롭잖아’ 등의 이유로 이래저래 요리는 자취생들이 기피할 일로 여겨지고, 결국 식당을 전전하며 끼니를 때우게 된다.
그런데 지난 11일 만난 김용환씨는 좀 달랐다. 29살 때부터 나이 세는 걸 까먹어 정확한 자기 나이를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떠는 30대 초반(?)의 그는 자취 19년 경력의 혼자 해먹는 요리에 ‘득도’한 인물. 얼마 전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라는 책을 내 매달 전기료며 수도료를 걱정하던 ‘백수’ 신세에서 거액의 인지세를 챙기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변신했다. 그의 생활법과 요리를 소개한다.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지혜

“요리는 결코 어려운 일도, 번거로운 일도 아닙니다.” 습관만 들이면 요리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그는 몸소 체험했다. 김씨는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해 잘 먹고 잘사는 비결을 몇 가지 공개했다.

첫째, 재료를 잘 정리할 것. 채소나 과일을 사오면 반드시 종류별로 밀폐용기에 담아 보관한다. 자취생들은 흔히 시장에서 사온 대파, 양파, 버섯 등의 재료를 한 묶음으로 봉지째 냉장고에 처박아 두는데, 이렇게 해서는 오래 보관할 수 없다. 종류별로 밀폐용기에 담아 두면 채소의 경우 한 달은 써먹을 수 있다. 고기류는 한번 먹을 양만큼 흰 비닐봉지에 나눠 담아 냉장고에 보관한다. 검은 비닐봉지는 절대 금물.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몰라 한번 꺼내 보지도 않고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둘째,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만들어 먹는다. 식당도 아니고 모든 것을 갖추고 요리할 수는 없는 노릇. 제대로 해 먹겠다는 과욕은 며칠 만에 “나 안 해!” 하고 손을 들게 만든다. 올리브유가 없으면 식용유로, 굴 소스가 없으면 간장을 쓴다. 요리에 응용이 있을 뿐 정도는 없다.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면 된다.

셋째, 설거지는 반드시 바로 한다. 한번에 모아서 하겠다는 생각이 요리를 귀찮은 일로 만들어 버린다. 싱크대에 가득 쌓여 있는 지저분한 그릇들은 입맛과 요리 의욕을 상실하게 하는 큰 요인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요리

김씨가 지금까지 소개한 요리법은 모두 400여가지로, 적은 비용으로 10∼30분이면 해먹을 수 있다. 대학 시절 이미 삼계탕, 추어탕을 만들어 그 실력을 친구들한테서 인정받은 김씨는 웹 디자이너로 일하던 2002년부터 ‘나물이네’(www.namool.com)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직접 만든 요리의 조리법과 사진을 게시판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 후 이 사이트가 인기를 모으면서 1년여 만에 출판사로부터 책을 내자는 제의를 받기에 이르렀다.



홈페이지 하루 방문객 수는 6000명, 요리당 조회건수는 2만∼3만회에 이른다. 누구든 나물이네 홈페이지에서 김씨나 방문객이 남긴 요리법을 무료로 얻을 수 있다.

그의 요리가 인기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만들기 쉽다는 점에 있다. 그는 조리법을 설명할 때 절대 어려운 용어를 쓰지 않는다. “물 200㏄에 깍둑썰기를 한 무를 넣고, 간장 한 큰 술…” 하는 전문가식 설명은 사절이다. “종이컵 한 컵의 물을 붓고, 무를 네모 나게 썰어 넣고, 밥숟가락으로 간장 한 숟가락…”식으로 쉽게 풀어낸다.

조리 도구도 누구나 갖추고 있는 것들이다. 독신자인 그의 집에 오븐 같은 고급 요리기구가 있을 리 만무하다. 전자레인지도 최근에야 구입한 그는 독신자들의 생활 수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인터뷰하며 요리를 만드는가 싶었는데 20분도 채 되지 않아 일본식 빈대떡인 오코노미야키가 완성됐다. 생긴 건 일본 것을 꼭 빼닮았는데, 맛을 보니 오코노미야키 특유의 가다랑어포 맛에 두툼한 한국식 부침개의 씹히는 풍미가 조화롭다.

◆혼자 사는 이를 위한 맛 요리 3선

▷영양 간식 감자 크로켓=“맛있나요?” 김씨가 기자에게 맛을 물었다. 감자 크로켓은 그가 취재를 돕기 위해 처음 만들어본 요리. 특이하게도 속에 멸치를 넣었는데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만드는 법 ① 잔멸치(종이컵 1컵)를 살짝 튀겨두고 ② 감자(2개)는 김이 오른 찜통에서 20분 정도 쪄 ③ 찐 감자를 소금, 후추 간하면서 절구에 으깬 후 ④감자 속에 잔멸치, 치즈를 넣어 탁구공 크기의 완자로 만든 다음 ⑤ 빵가루를 묻히고 ⑥노릇하게 튀기면 된다.

▷매콤한 고추 잡채=요리를 하는 주방에 고추 냄새가 퍼져 눈에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매운 고추 잡채는 한국 사람의 식성에 잘 맞는다. 재료로 돼지고기(등심)·피망·양파 한 주먹, 붉은 고추·고추기름 4숟가락, 맛술·굴 소스 1숟가락, 후춧가루·참기름을 준비한다. 만드는 법 ① 모든 재료는 채를 썰어 놓고, 맛술 1숟가락에 소금, 후춧가루를 뿌려 간을 하고 ②고추기름 4숟가락을 팬에 두르고 돼지고기를 살짝 볶고 ③ 양파, 붉은 고추, 피망 순으로 넣어 30초 내에 볶고 ④ 굴 소스 1숟가락, 후춧가루로 간을 하고 참기름을 뿌려 마무리하면 된다. 함께 먹는 꽃빵은 대형 슈퍼마켓에서 구할 수 있다.

▷오사카식 오코노미야키=97년 일본을 방문한 김씨가 처음 먹어보고 그 맛에 반해 따라해본 요리. 맛의 비결은 소스에 있다. 재료로 부침가루 종이컵 1컵, 물 종이컵 3/4컵, 달걀 1개, 우스터 소스 2숟가락, 오징어·삼겹살(베이컨)·양배추 한 주먹, 대파 1개, 마요네즈, 돈가스 소스, 가쓰오부시(가다랑어포)를 준비한다. 우스터 소스와 돈가스 소스는 슈퍼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가쓰오부시는 조금 구하기 힘든 편인데, 대형 슈퍼마켓의 수입코너에서 구할 수 있다.

만드는 법은 ① 부침가루 1컵에 물 3/4컵, 달걀 1개, 우스터 소스 2숟가락을 풀어 반죽을 만들고 ② 반죽을 둘로 나눠 양배추, 대파를 넣은 야채 반죽과 오징어, 삼겹살을 넣은 고기 반죽을 만든 후 ③ 팬에 기름을 두르고 야채 반죽을 먼저 익히다가 ④ 고기 반죽을 얹어 주고 ⑤ 뒤집어 굽고, 다시 또 뒤집어 구운 다음 ⑥ 마요네즈와 돈가스 소스를 뿌린 뒤 가쓰오부시를 뿌려 마무리한다. 우스터 소스는 영국에서 개발된 가정용 조미료의 일종으로 없으면 소금을 이용해도 된다.

글 엄형준, 사진 김창길기자/ting@segye.com

2004.04.15 (목) 16:30
트랙백 주소 : http://blog.segye.com/tb.php?blogid=ting&id=20310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