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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도 이젠 예술이다>
 낙서금지. 10여년전만 해도 미관을 해치는 주범으로 담벼락 경고문의 단골 메뉴였다. ‘금지’라는 단어는 오히려 억눌린 욕망을 들끓게 해, 낙서는 화장실에 숨어들어  훔쳐보는  대상이 됐다. 하지만 요즘엔 술집이나 카페에서 버젓이 멋스러움의 대상으로 대접을 받는다. 그래피티가 문화로서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피티(graffiti)'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60년대 뉴욕의 브롱크스 지역에 낙서가 넘쳐나면서 부터다. 반항적 청소년들과 흑인, 푸에르토리코인(人)들과 같은 소수민족들이 주도했다. 분무 페인트를 이용해 극채색과 격렬한 에너지를 지닌, 속도감 있고 도안화된 문자들을 즉흥적이고 상상력 있게 거리의 벽에 표현했다. 그들은 경기장의 벽, 지하철, 거리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소외되고 억눌린 그들의 느낌을 자유롭게 분출했다.
 도시의 골칫거리로 여겨지던 그래피티가 현대미술로서 인정 받기 시작한 계기는 장 미셸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와 키스 해링(Keith Harring) 의 역할이 컸다. 28살 나이에 마약중독으로 생을 마감한 장바스키아는 데생이라고 하는 근대미술의 기초를 무시했다. 그의 그림은 얼핏보면  유치원 아동 수준이었지만  사람들에게 자유로운 영혼을 느끼게 해주었다. 특히 '그림은 이렇게 그려야 한다'고 교육을 받아온 사람들에게 그의 그림은 상상력의 물꼬를 터주는 계기가 되었다. 국내에서는  힙합문화가 그래피티가 유행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었다.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갤러리 ‘스타일 큐브 잔다리’(02-323-4155)에서 11월 23일까지 열리는 'Street Writers'展은 한국 그래피티의 현주소와 스타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한국의 그래피티는 90년대 초반부터 서서히 생겨나기 시작해 불과 10여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매니아층이 두터워 지고 있다. 국내 태거들의 열정과 매니아들에 의해  낙서가 아닌 한 차원 높은  제 3의 예술장르로서 사람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초기 외국모방에서 벗어나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일러스트, 애니매이션, 기하학적 문양, 문자 등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래피티가 무슨 예술이냐?’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보수적인 사람들은 순수 미술만이 예술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그래피티가  어떠한 잣대가 아닌 그 자체로 보여지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