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도전이 주는 교훈 - 세계일보 블로그
[세계타워]오바마의 도전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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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입문 12년밖에 안 된 검은 피부의 한 사나이가 지금 미국 역사를 새롭게 쓸 채비를 하고 있다. 미 민주당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 ‘검은 케네디’로 불리는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쟁자인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를 따돌린 채 6일 앞으로 다가온 결전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그는 불과 1세기 전만 해도 흑인이 노예이던 땅에서 처음 흑인 대통령 시대를 여는 인물이 된다.

    케냐 출신 흑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바마는 엄밀하게 말해 ‘흑백 인종 간 혼혈인’이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자랑하는 미국 사회지만 백인·흑인·황인종 간 결혼이 허용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오바마가 태어난 1961년까지만 해도 미국 내 16개 주에서 인종 간 결혼을 법으로 금지할 정도였다. 오바마의 급부상은 오랫동안 ‘비주류’로 분류되어온 혼혈인이 미국 주류사회를 접수하기 시작했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인종 편견을 극복하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오바마의 도전은 그래서 더욱 마음을 끈다.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도 헝가리 귀족 출신 아버지와 유대계 그리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프랑스인들은 하지만 프랑스인의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그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혈통’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열린 사고방식 덕분이다.

    미국의 심리생물학자 앨런 지브는 저서 ‘혼혈 파워’에서 “동과 서를 막론하고 지금은 혼혈 폭발의 정점에 와 있다”고 진단한다. 지브의 주장은 체류 외국인 수가 100만명을 넘어선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한국도 어느덧 본격적인 다인종·다문화시대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오랫동안 단일민족과 단일국가를 강조하다 보니 외국인을 이방인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하고 다문화국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갈등의 소지도 큰 편이다.

    단일민족국가라지만 이 땅에도 오래전부터 외국인들이 귀화해 살았다. 당나라와 송나라가 멸망할 때, 발해가 몰락할 때, 임진왜란 때, 명·청 교체기 등 격변기마다 수많은 외국인이 귀화했다. 문명교류사 연구자인 정수일 전 단국대 교수는 신라시대에 40여개, 고려시대에 60여개, 조선시대에 30여개의 성씨가 귀화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세종실록에는 왜인과 여진족의 집단귀화를 보여주는 기록이 여러 곳에 나온다. 세종은 모국을 떠나 타국에서 생활하는 귀화 외국인들을 위해 많은 배려를 했다. 집을 지어주고 벼슬을 내리는가 하면 우리나라 여자와 혼인시키기도 했다. 연말에는 이들의 향수를 달래주고자 귀화인 활쏘기대회 등의 행사도 열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따돌림, 추방이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요즘 상황이 부끄럽다.

    우리나라는 세계 13위 무역대국으로 ‘글로벌화’에 목을 매고 있지만 정작 외국인과 외국문화에 대한 수용성은 낙제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2008 세계경쟁력 보고서’에서 한국의 외국문화에 대한 개방 수준을 조사대상 55개국 중 꼴찌로 평가했다. 이민법 항목에서는 54위를 기록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글로벌화한 곳은 농촌’이라는 말이 있다. 시골 어느 곳을 가더라도 외국인 며느리들을 접할 수 있으니 틀린 말이 아니다. 글로벌화에 거부감이 큰 집단은 배운 자, 있는 자들이다. 이들은 공부를 위해 자식을 유학 보내는 데 주저하지 않으면서 외국인 사위·며느리 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여긴다. 자녀를 유학 보내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국제결혼만은 안 된다’며 각서를 받는 경우까지 있다니 쓴웃음이 나온다. 사회지도층의 국제화 수용 수준이 고작 이 정도이니 다문화가정을 위한 사회적 배려가 늘 뒷전으로 밀리는 것은 아닐까.

    점증하는 다문화가정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미래다. 이들이 소외감을 갖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펼 수 있게 지원해 주는 것이야말로 세계화·글로벌화를 앞당기는 길이다. ‘한국의 오바마’를 꿈꾸는 다문화가정 자녀가 많아야 우리 사회도 한 단계 발전한다. 오바마의 ‘도전’에서 우리가 배워야 하는 교훈이다.

    염호상 특별기획취재팀장
  • 기사입력 2008.10.28 (화) 20:43, 최종수정 2008.10.28 (화) 20:50
[세계타워]기업들 제 몫 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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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변을 보세요. 어느 것 하나 나아질 기미가 없잖아요. 경제 여건은 갈수록 나빠지고….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어요.”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국내 투자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불과 6개월 전 이명박정부 출범 초만 해도 기업 총수들은 한목소리로 투자확대를 약속했는데 그때와 분위기가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투자부진 문제는 ‘9월 위기설’과 맞물려 우리 경제의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가 투자확대에 목을 매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 경제를 숨 쉬게 하는 동력이기 때문이다. 투자가 늘어야 경제가 활력을 찾고 일자리도 생긴다. 봄에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수확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경제도 한가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4월 ‘1차 민관합동회의’에서 올해 30대그룹이 지난해보다 23% 증가한 95조6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규채용도 7만7500여명으로 18.3% 늘리겠다고 했다. 재계의 투자확대 약속은 7월에도 계속돼 신규채용 규모를 당초보다 다시 10% 늘리고, 투자도 더욱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재계의 약속 이행 실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올 상반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1.1%에 불과했다. 김대중정부나 노무현정부 때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신규 일자리 창출도 부진해 7월 신규 취업자 수는 15만3000명에 그쳤다. 노무현정부 때 30만명 안팎이었으니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재계가 투자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정부는 발끈했다. 먼저 한나라당이 나서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은 “민간소비도 정부지출도 말랐는데 기업은 돈이 넘쳐난다. 그런데도 투자를 하지 않는다”며 “기업도 이제는 환경 탓을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재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기업들은 “할 만큼 하고 있다”고 이를 맞받아쳤다. 출범 이후 온갖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쏟아낸 정부와 이 틈에 규제 완화의 과실을 맛본 재계가 경제가 잘 풀리지 않자 네 탓 공방을 하는 것 같아 꼴사납다.

    우리 경제는 이렇듯 기싸움으로 시간을 허비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외환위기 10년 만에 또다시 한국 경제에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불안한 국제유가, 무역적자 확대 등은 우리가 힘을 합쳐도 헤쳐 나가기 힘든 악재들이 아닌가.

    돈이 된다면 하지 말라고 해도 투자하려고 애쓰는 것이 기업이다. 대우조선 매각에는 수조원의 돈이 몰려들었다. 불확실한 설비투자보다 손쉬운 기업지분 인수에 매달린다는 얘기다. 기업은 투자를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기업 투자가 늘지 않는 이유 7가지’를 꼽았는데 기업의 보수적 경영(투자)행태와 함께 기업가 정신 후퇴, 반기업 정서 확대 등이 포함됐다. 투자를 확대하려면 정부의 노력 못지않게 기업의 자성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업인들은 정부가 ‘기업가 정신 주간’을 만들어 운영하겠다고 밝힌 사실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은 행사를 통해 만들어지고 고양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경제가 짧은 기간에 경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가 정신으로 충만한 경영인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재계는 입버릇처럼 반기업 정서와 과도한 규제 탓에 투자를 늘리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반기업 정서와 규제가 지금보다 훨씬 심했던 70∼80년대에 기업인들이 투자를 마다하지 않았던 이유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경제 살리기는 정부만의 책임이 아니다. 지금은 모든 경제주체가 고통을 분담할 때다. 기업이 제 몫을 외면한 채 외부환경 탓만 한다면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염호상 산업부장
[세계포럼]갈 길 먼 ‘나눔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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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염호상 산업부장
    깡마른 체구, 엉성한 발차기,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거친 목소리…. 오래전 TV에서 가수 김장훈을 처음 보았을 때 느낌은 아마 그랬던 것 같다. 가수로 데뷔한 해가 1991년이니 그동안 수많은 노래를 불렀을 터이다. 하지만 어떤 히트곡이 그의 삶보다 멋지고 감동적일 수 있을까.

    김장훈은 보증금 5000만원짜리 사글세방에 살면서 지난 10년간 45억원을 기부했다. ‘버는 대로 기부한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삶이다. 그에게 남을 돕는 일은 특별한 것이 아닌 생활 자체다.

    “나는 딴따라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그리고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은 당연하다.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어느 철학자가 나눔의 의미를 이처럼 명료하게 정의할 수 있을까.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세계 최고 부자다. 그의 재산은 무려 620억달러(약 62조원)나 된다.

    버핏은 2006년 자산의 85%를 빌 게이츠가 운영하는 자선재단에 기부한다고 밝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같은 약속에 따라 이달 초에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 20억5000만달러어치를 3개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도 했다.

    ‘억만장자이니 그 정도는 기부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버핏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그는 지금도 값싼 스테이크를 즐기며 중고 자동차를 몰고 다닌다. 집도 40여년 전 3만달러를 주고 산 곳에서 여전히 살고 있다. 힘들게 모은 재산을 필요한 곳에 과감하게 쓸 줄 아는 그는 그래서 ‘존경받는 부자’다.

    기부는 돈 많은 사람들만 하는 게 아니다.

    부천에서 전셋집에 사는 이진숙 할머니는 2년 전 세상을 떠난 딸이 생전에 근무했던 가톨릭대학에서 받은 퇴직금 1억5000만원을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이북에서 혈혈단신 월남한 김춘희 할머니는 매달 받는 국민기초생활보호 지원금을 아껴 모은 돈 800만원을 기부했다. 할머니는 자신의 전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전세금 1500만원도 유산으로 기부해 놓은 상태다. 작지만 매달 일정액을 약정해 기부하는 직장인들도 많다. 이들의 아름다운 마음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따스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십시일반하는 마음은 어려울 때일수록 빛난다. 불황과 고유가의 이중고 속에서도 올해 소외 계층을 돕기 위한 기부금 액수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최대 민간 모금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모금액은 모두 806억48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74억8900만원에 비해 4.0% 늘어났다. 아쉬운 것은 기업들의 기부가 개인 소액기부자들의 기부액보다 적다는 점이다. 기업가들은 입만 열면 ‘사회적 책임’을 외치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매출 1조원 이상 110개 상장사가 순수 사회 기부금으로 지출한 금액은 2006년보다 11.7% 줄어든 9948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이들 기업의 당기 순이익은 38조1896억원으로 2006년의 32조2890억원에 비해 18.3% 증가했다. 기업들이 이익의 사회환원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스웨덴 국민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는 발렌베리 가문은 ‘사회적 책임’을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발렌베리를 더욱 존경스럽게 만드는 것은 변하지 않는 ‘나눔의 정신’이다. 발렌베리 소유의 기업이 거둔 성과는 최대주주인 인베스터를 거쳐 발렌베리재단으로 모이게 되어 있다. 재단은 이렇게 모인 수익금 대부분을 스웨덴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사용함으로써 경영성과가 자연스럽게 사회 전체로 환원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 재계에서도 사회적 책임 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다. 늦었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 경영으로의 본격적인 선회를 준비해야 한다. 그 길이 멀고 험하다고 해서 피하려 한다면 존경받는 기업은 영원히 될 수 없다.

    염호상 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