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올인’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서민의 살림살이는 날로 팍팍해지고, 체감경기도 나아지지 않으니 참 이상한 일이다. 기업들도 아우성이다. 최근 경영 여건이 급격히 나빠져 기업들 가운데는 아직도 내년 사업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곳이 적지 않으니 ‘경제가 위기에 처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하다.

기업들의 앓는 소리와 좌절감을 단순한 엄살로 치부하기엔 체감의 정도가 너무 세다.

엊그제 만난 중견 제조업체 사장 K씨는 “경제를 위기로 몰아가는 난제가 눈앞에 산적해 있는데 정책 담당자들 가운데 이를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며 “요즘 상황을 보면 우리나라가 과연 앞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국제유가 상승, 원화강세 같은 외적인 변수와 함께 내년이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정치의 해라는 점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사실 국제유가와 환율 변동은 기업이 어느 정도 나름대로의 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예견된 악재인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 대선정국 와중에 발생하게 되는 경제정책 혼선과 표류에 따른 손실은 예측을 불허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부의 섣부른 정책추진으로 경제가 오히려 뒷걸음질하고, 정치인들이 지키지 못할 약속으로 국력을 낭비한 예는 하나 둘이 아니다. 참여정부의 경제 성적표가 이미 이를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경제가 휘청거리고, 그 책임이 정책실패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을 때마다 정부는 강한 불만을 나타냈지만 겉으로 드러난 지표는 변명이나 반론을 무색케 하고 있다. 경제적 성과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경제성장률만 해도 역대 어느 정권보다 낮다. 참여정부 집권 첫해인 2003년에는 3.1% 성장으로 세계경제 성장률인 4.1%에도 못 미치더니 2004년 4.6%, 2005년엔 4.0%의 성장률을 기록해 연평균 성장률이 3.9%에 그쳤다. 이 같은 성장률은 김영삼 정부 집권기의 7.1%는 물론이고 외환위기 후유증에 시달렸던 김대중 정부 때의 4.4%보다도 낮은 것이다.

경제의 기초체력이 부실하다면 또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4.5∼5%는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수출만 해도 환율 장애를 극복하고 지난 5일 세계 11번째로 연간실적 기준 3000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해마다 두 자릿수 이상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이 그만큼 탄탄하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내수는 부진하고 경기는 하강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정부를 불신하고 무능함을 탓하게 되는 것 아닌가.

정치가 불안하면 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인들이 대선이 치러지는 내년을 걱정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기업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가 잘돼야 경제도 잘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때문인지 요즘 경제는 제쳐놓고 정치에만 관심을 갖는 듯하다. 국회의원들의 마음도 ‘콩밭’에 있어서 경제문제보다 대선정국의 풍향과 정치적 생존을 위한 샅바 싸움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대선 예비후보 치고 ‘경제’를 화두로 삼지 않은 이가 없다. 하지만 이들에게서 민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국회에서의 각종 법안 처리까지도 정치의 볼모로 전락한 모습이다. 여야 의견 충돌로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계류 중인 법안만 각종 민생경제 법안을 포함해 2900여건에 이른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바야흐로 정치만 있고 경제는 실종된 형국이다.

경제 살리기는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라도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국민이 희망을 안고 내일을 설계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여당의 한 의원은 “우리 경제의 최대 적은 바로 ‘대선 광풍’”이라고 꼬집었다. 정치인들이 자성을 촉구하는 말로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염호상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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